'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가운데 온라인에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매 가격보다 많게는 4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를 제재할 수단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일 라이엇게임즈와 인터파크 등에 따르면 롤드컵 결승전 입장권은 2시간여 만에 모두 동났다. 최소 2만5000원 골드 좌석부터 최고 6만원 다이아몬드석에 이르는 유료 좌석 2만3000석이 판매됐다.
동시에 '중고나라' '티켓베이' 등 각종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 암표상이 속속 등장했다. 다수표를 보유한 암표상뿐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소위 '되팔렘'족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장당 2만5000원인 골드석은 8만원가량에 판매되고 있으며 4만5000원 플래티넘석은 12만원가량에 유통되고 있다. 선수 부스와 가까운 다이아몬드석은 18만원에서 25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정상가는 6만원이다.
판매글은 1분에 하나꼴로 올라올 정도로 활발하다. 거래 완료 후 게시물을 삭제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거래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파크와 라이엇게임즈는 1인당 4매 이상 예매를 하지 못하게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암표상은 지인 및 구매용 아이디로 접속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빠르게 다수 예매를 한다. 연석으로 구성된 2매 1세트를 10세트 이상 보유하고 있는 판매자도 보였다.
암표상이 웃돈을 붙여 판매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폭리에도 e스포츠와 선수에 대한 애정으로 현장 관람에 가치를 두는 많은 팬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 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암표상에게 계좌 송금을 하고 종이 표를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리스크도 존재한다.
암표는 e스포츠 관람 경험에 악영향도 미칠 수 있다. 암표상은 표를 전부 소화하지 못하면 시작이 임박한 시간이 돼서야 취소한다. 현장 판매로 전환되지만 이미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 팬은 현장을 잘 찾지 않는다. 결국 팔리지 않은 표는 공석으로 남게 된다.
한 암표상은 “오늘만 10번 넘게 문의를 받을 만큼 잘 팔린다”며 “매크로를 이용해 예매하기 때문에 '광클'은 소용없다”고 말했다.
매크로를 통해 이뤄지는 표 매점행위는 독과점 가능성 때문에 일반 암표보다 권리침해 범위와 위법성이 크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암표 매매는 단속도 처벌도 불가능하다.
경범죄처벌법은 오프라인 암표 매매 행위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경범죄처벌법이 1984년 이후 개정되지 않은 탓이다.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그동안 다수 의원이 암표 단속대상을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경범죄처벌법, 정보통신망법, 공연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이다.
라이엇게임즈는 “e스포츠 팬이 보여준 높은 관심과 성원에 롤드컵 결승 표를 추가로 판매할 예정”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단속처벌 규정을 손질할 때까지 온라인 암표 거래는 독버섯처럼 퍼져 나갈 전망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