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은 탄소 동소체 가운데 하나로서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고효율 태양전지, 전도성 잉크, 스마트 윈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1개 층으로 이뤄진 벌집 형태 구조 소재를 말한다. 명칭도 구성 원소가 흑연과 같아 흑연 'Graphite'에 탄소화합물을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해 만들었다.
그래핀을 이루는 탄소 원자 하나하나는 이웃한 탄소와 전자 한 쌍 반을 공유하며 결합한다. 전자 한 쌍이 탄소와 탄소 사이를 견고하게 연결해 주는 동안 결합에 참여하지 않은 전자가 그래핀 내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덕분에 전자가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래핀 두께는 종이보다 100만 배 얇다. 원자 1개 층(0.33㎚)으로, 무게도 가볍다.
벌집 모양 덕분에 충격에도 강하다. 외부 충격을 받으면 모양은 변하지만 연결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육각형 구조 공간이 완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핀 인장 강도는 1020기가파스칼(㎬)인 강철보다 최대 300배 정도 뛰어나다. 실온에서 열전도성은 5300W.m-1.K-1 정도로 다이아몬드보다 우수하다. 전기 전도성도 뛰어나며, 투명한 성질까지 있다.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1962년 과학자들은 흑연을 응용, 극소량의 그래핀을 만들어서 전자현미경으로 처음 관측했다. 1987년에는 '흑연 층간 물질'(GIC) 연구를 통해 그래핀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이후 인공으로 분리하거나 합성하지 못해 후속 연구가 적극 진행되지 못했다. 그래핀이 역사에 재등장한 건 2004년이다. 영국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가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그래핀을 벗겨 냄으로써 재조명됐다. 2005년 9월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가임 교수와 동시에 그래핀 양자홀 효과에 관해 발표했다.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는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을 발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래핀은 완벽해 보이는 성격에도 띠 틈(밴드 갭)을 열기가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수소를 1700도로 가열해서 흡착시켜 띠 틈을 열어야 할 정도다. 소자로 만들기가 어려워서 반도체 소자 응용보다 전극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