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면 2022년까지 최대 17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부 일자리위원회가 바이오, 헬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창출하겠다고 발표한 9만2000개보다 많은 수치다.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암호화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분리 방침과 달리 두 분야가 함께 발전해야 상승효과도 커진다는 주장이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 블록체인-ABC코리아' 토론회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블록체인 산업의 고용 파급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전 세계 ICO 프로젝트 2400여개를 모두 분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CEO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는 29개, 고용 인력은 566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채용공고 사이트와 빅데이터, 블록체인 신규 채용공고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현재 블록체인 기업 종사자를 3532명으로 추산했다.
이 교수는 “연관 산업 고용 유발 효과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 고용 창출 잠재력은 2022년까지 보수적으로 잡아도 5만여개, 최대 17만여개에 이를 것”이라며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고 고임금의 일자리”라고 말했다.
◇여야, 블록체인·암호화폐 육성에 한목소리
이날 토론회는 민병두 국회정무위원장과 노웅래 국회과방위원장, 재단법인 여시재,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난 2일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민병두 위원장도 블록체인산업과 미래효과에 대해 직접 주제발표했다.
민 위원장은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길을 열어줄지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경제의 틀이 변화하는데 특정 산업만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육성, 암호화폐·ICO는 제재하는 정부 방침에 국회가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이학영,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이 고루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노웅래 위원장은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는 벤처에서 제외하면서 4차산업혁명 핵심 전략분야로 블록체인 산업을 들었다”면서 “ICO가 사기고 투기성이 있다면 기준을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지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어정쩡하고 두루뭉술한 입장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의원도 “블록체인은 이념이나 정쟁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슈”라며 “4차산업혁명 기술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마음으로 같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 “부정적 이미지 확산에 경쟁력 저하 심각”
업계는 암호화폐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 시각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 외부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명확한 규제는 없더라도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한 순간 불법적인 형태로 규정되지 않을까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우균 메디블록 대표는 “정부의 부정적인 기조가 블록체인 사업 개발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면서 “기존 기업계와 연계를 논의하다가도 정부 방침과 같은 외부적인 리스크로 인해 협력을 피하는 일도 겪는다”고 말했다.
최근 중기부가 사행성·유흥 업종과 함께 벤처 제외 업종으로 지정한 암호화폐 거래소 분야도 보이지 않는 규제 장벽에 가로막혔다. 법인명이나 정관에 블록체인이 들어 있으면 법인 자금을 해외 송금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두 대표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거래소는 여러 ICO프로젝트를 검증하는 거름망 역할을 하는 등 산업 발전에 주심적 역할을 한다”며 “그럼에도 자기 나라에서 사업 못하는 해외 거래소는 국내에 들어와 영업하고 정작 한국 거래소는 차별받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는 모태펀드 출자 받은 펀드는 암호화폐·블록체인에 제대로 투자를 못하게 돼 있다”면서 “시장은 만들어지는데 프로젝트 선별과 투자의 선수라 할 수 있는 VC는 못 들어오고 아마추어만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을 잘 정비하면 이들 전문 투자자가 유망 ICO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역할을 맡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