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주도 디지털세 논의…미국 편든 OECD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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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유럽연합(EU) 주도 디지털세 논의에 견제구를 던졌다. 미국 기업을 겨냥한 부당한 조치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조세 형평'이라는 과세 대원칙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이 같은 갈등이 국내 디지털세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스칼 세인트 아만스 OECD 의장이 EU의 디지털세 부과 방침에 대해 “구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미국 기술 회사들이 최소한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회사마다 사업 성격을 분석해 결과에 따라 세금을 매겨야 한다”며 “일률적으로 세금을 물리려는 시도는 조세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독일이 OECD 뜻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EU는 2020년 도입을 목표로 디지털세 세부 조항을 가다듬고 있다. 세율은 매출액의 3%다. 연간 글로벌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를 초과하거나 EU에서만 5000만유로 넘게 번 디지털 기업에 일괄 적용한다. 반면 OECD는 과거부터 고정사업장을 기준으로 기업별 특색을 반영, 과세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인트 아만스 의장은 미국을 직접 편들기도 했다. 그는 “EU가 미국 기업을 겨냥해 디지털세를 과세하려 한다”며 “소득에 대한 공평과세 원칙에 정치 논리를 반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미국이 단행한 조세 개혁에 대해서는 “나라별 과세권 형평을 지키려는 높은 수준 변화를 시도했다”고 호평했다. 디지털 기업별 동일 세율을 적용하는 EU보다 미국 과세 체계가 더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미국은 조세 개혁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조세회피 지역에 자회사를 둔 회사 대상 세금 회피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허권과 같은 무형자산을 조세회피 지역에 이전, 세금을 덜 내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OECD는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 및 소득 이전을 막기 위해 BEP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20년 프로젝트 결과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세인트 아만스 의장 견해가 투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EU가 기존 방향을 틀 가능성은 적다. 디지털세 카드를 꺼낼 당시부터 OECD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국내 대응이 중요해졌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디지털세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정치적으로 미국과 OECD 가이드라인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디지털 기업 세금 회피 문제는 세계가 모두 공감하지만 접근법이 조금씩 다르다”며 “EU를 무조건 쫓기보단 미국, OECD 행보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