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서비스 산업 성장 막는 공공시장

공공 정보기술(IT) 사업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업계가 공공 정보화 사업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 정보화 사업은 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는 구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철도공사가 발주한 IT사업(통합전산센터 운영 및 유지보수)은 참여하겠다는 기업이 없어 네 차례나 유찰됐다. 지난달 다섯 번째 재공고를 진행했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없어 이마저도 유찰이 우려된다. 현재 철도공사 유지보수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KCC정보통신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복지공단 '정보시스템 운용 유지보수 위탁 사업', 한국은행 '차세대 회계결제시스템 구축 사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청구 및 심사평가자료 송수신시스템 개선 사업' 등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한 공공사업이 즐비하다.

공공정보화 사업을 수주한 중견 IT기업 매출은 늘어났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익이 난다 해도 1%대에 그쳤다. 매출은 발생하는데 적자를 낸다는 것은 공공 IT 사업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업계는 대가 없는 과업 변경과 지방 이전 등이 맞물리면서 수주 당시 책정한 사업 금액과 인원보다 과다한 자원이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건비 상승이 예고된 현 상태에선 기존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유찰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업계가 공공 정보화 사업 예산 증액과 잦은 과업 변경, 시업 기간 연장, 원격지 개발 금지 등 문제점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IT서비스 산업은 자국 공공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체력을 길러 해외로 진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형태로 발전한다. 우리나라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외침은 요란하지만 IT서비스 기업이 공공사업을 꺼릴 정도로 사업 환경은 척박하다. 육성은 못하더라도 공공 시장이 산업 성장을 막아서선 안 된다. 산업 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