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단일 재난지휘 통신망에 거는 기대

[전문기자 칼럼]단일 재난지휘 통신망에 거는 기대

세월호 참사 발생 이틀 후인 2014년 4월18일 아침. 진도 팽목항에는 소방방재청과 전문업체가 이동형 기지국 기반 무전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재난대응 기관간 긴급통신체계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방은 아날로그 방식 400㎒ 대역 극초단파(UHF), 전남을 비롯한 8개도 경찰은 100㎒ 대역 초단파(VHF)를 사용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6대 광역시·도 경찰은 800㎒ 대역 테트라를, 해양경찰은 800㎒ 대역이지만 다른 기술인 아이덴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술표준과 주파수 차이로 소방·경찰·해경간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다. VHF를 사용하는 진도군청은 해경, 소방과 무전통신을 하지 못해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안산과 광주에서 출발한 구급차는 테트라를 사용했기 때문에 진도에 들어서면 무전이 끊겼다. 단일 통신망 부재에 따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1분 1초가 긴박한 상황에서 각 재난대응 기관은 우왕좌왕했다. 보고를 하고 지시를 기다리느라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상이한 보고 체계와 통신망 탓에 조명탄을 요청하면 허가를 포함, 40분이 넘게 걸렸다. 유가족은 분통을 터트렸다.

세월호 참사 발생 원인은 여전히 논란이다. 그러나 인명 피해를 키운 것이 두 가지 요인 때문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첫 번째는 매뉴얼을 비롯한 재난대응 체계 미비다.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상황전파 등 보고 체계와 각 재난대응 기관 행동 요령 숙지, 대응 역량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인재(人災)로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단일 재난지휘 무전통신망 미비다. 소방과 해경, 경찰, 지자체 간 단일 무전통신망이 있었다면 현장 대응이 몇 배는 더 빨랐을 게 자명하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조 작업 효율성을 높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지금도 진하게 남는다.

본사업 사업자 선정을 앞둔 재난안전통신망662(이하 재난망703)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재난망은 700㎒ 대역 공공안전 LTE48(PS-LTE) 기술을 활용, 재난 관련 8대 분야 300여 기관이 단일 통신망을 사용하게 된다.

평소에는 각 기관 내부에서 무전통신을 하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통신 지휘그룹' 채널로 전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가동할 수 있다. 영상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상 상황을 공유하면서 대응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재난망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후 본격 논의됐지만 외산 독점 논란으로 구축이 중단되며 표류했다. 2009년 이후 다시 논의가 시작됐지만 기술 방식 결정과 예산 문제로 하세월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추진이 결정된 이후에도 커버리지와 혈세낭비 이슈로 4년이 더 걸렸다.

늦게라도 본사업이 시작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음영지역 최소화, 다른 공공안전망과 연동 등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남은 과제다. 기관별 단말 구매에 따라 서로 다른 도입 시기, 기존 통신망과 중복투자 이슈 등도 논의가 필요하다.

각 재난기관과 통신사업자 등 사업 참여 기업이 협심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세계 최고의 단일 재난지휘 무전통신망을 구축해주길 바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