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위주 아케이드 영업장 폐업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게임 '철권' 프로게이머를 배출하고 이용자 '만남의 광장'이던 아케이드 게임장 '그린 게임랜드'가 폐업했다. 아케이드 게임 업계는 가상현실(VR)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지만 규제 장벽은 높기만 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철권 전문 아케이드 게임장 그린 게임랜드가 폐업했다. 트로피를 비롯해 부자재를 모두 버렸다. 아케이드 기기도 정리 예정이다.
그린 게임랜드는 일본 반다이남코사 철권으로 유명했다. 대부분 기기가 철권이었다. '무릎' '샤넬' 등 프로게이머를 배출했다. 추가 라우터를 설치해 네트워크 대전이 쾌적했다. 영업장에서 개발한 컨트롤러 '그린 레버'는 프로게이머가 해외 대회 출전에 들고 갈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그린 게임랜드도 다른 아케이드 영업장처럼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다이남코가 PC와 가정용 콘솔에 집중한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아케이드 기기에만 DLC(다운로드 추가 콘텐츠), 시즌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고객이 떨어져 나갔다. 노후화된 환경은 새로운 게이머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로써 수유 음악 게임장, 압구정 조이플라자, 마들 청소년 게임장, 고덕 제우스 게임장, 천호 해피 게임파크, 이수 테마파크에 이어 서울에서 '성지'로 불리던 순수 아케이드장이 또다시 문을 닫았다.
아케이드 게임장은 쇠퇴일로에 놓였다. 영화관과 연계한 대형 '싱글로케이션' 영업장만 살아남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플랫폼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온라인이 58.6%, 모바일이 38.6%였다. 아케이드게임은 0.5%에 그쳤다. 세계 시장에서 아케이드게임이 21.7%에 이르는 지분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아케이드 게임이라면 청소년용, 성인용을 가리지 않고 적용된 규제가 아케이드 게임 후퇴에 큰 몫을 했다.
아케이드 업주는 아케이드 기기 중심 영업장을 가상현실(VR)과 체감형 기기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 테마파크로 돌파하려고 한다. 그러나 업계는 이중 규제와 일관성 부족한 법 적용이 아케이드 산업 변신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아케이드 기기에 제공되는 콘텐츠는 제공 형태에 따라 게임물, 비디오물, 기타 유기시설물 등 각각 개별법과 규제가 적용된다. 학교보건법 적용도 받는다.
VR 체험장을 관광진흥법상 놀이기구 시설로 등록하면 VR 시뮬레이터는 설치할 수 있지만 시뮬레이터와 비연동되는 VR 콘텐츠는 제공할 수 없다. 게임업으로 등록하면 PC방처럼 디스플레이 콘텐츠만 제공할 수 있다. 복합유통게임제공업으로 등록하면 소방법 시설 기준으로 VR시뮬레이터 설치에 제약이 따른다. 시설물을 만드는 데도 규제를 받는다.
사업을 시작할 때 거쳐야 하는 정부 부처만 해도 10여 개다. 관련 법령도 수십 개에 이른다. 1개 법 규정에 맞추다 보면 다른 법에서 충돌이 일어나 좌초되기 일쑤다. ICT특별법(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자니 법률 간 상충되면서 기존 법령을 우선시하는 조항 때문에 일 진행이 차질을 빚는다.
업계는 매출, 이용자 감소를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영업장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VR 아케이드 게임을 별도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 일관성 있는 정책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뽑기방 창업 열풍에서 보듯 아케이드 게임장은 1억원 미만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일자리 산업”이라면서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와 모호한 법령을 정비하고 합법 게임 개발과 영업장 정착을 위한 진흥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