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세계화 전환점?'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 13년만에 최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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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13년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FDI는 기업이 해외 신규 사업장 건설 및 인수·합병(M&A)에 투자한 자금에다 자국에 송금하지 않은 이익까지 합쳐 산출한 것으로, 세계화의 진척과 건강도를 살피는 주요 지표다.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6일 발표한 올해 1∼6월 FDI는 작년 동기 7940억달러(약 899조원)보다 41% 줄어든 4700억달러(약 532조원)로 집계됐다.

FDI의 이 같은 규모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제임스 잰 UNCTAD 투자 수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과세제도 개편을 FDI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2조달러(약 2264조원) 규모 누적 해외이익에 한 차례 과세한 뒤 해당 기업의 미래 해외이익에 대다수 세금을 없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쌓아둔 과거 이익과 올해 이익 일부를 자국으로 보냈다.

잰 수석은 기자회견에서 "경기순환보다 정책이 투자 흐름의 동력"이라며 "전체 그림이 암울하고 전망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UNCTAD가 집계한 FDI는 해외 기업인수, 기업 내 대출, 해외에서 이뤄지는 신규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그 때문에 FDI를 토대로 세계화, 기업 공급망의 잠재적 성장 조짐, 향후 무역 관계망을 내다볼 수 있다.

FDI는 최근 들어 기업들의 해외 사업이 위축되고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추세가 짙어지면서 작년에도 23% 감소했다. 잰 수석은 "모든 지표가 세계화 전환점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 경제학자는 세계화 덕분에 가장 효율적인 장소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신기술과 노하우가 전파돼 경제성장이 힘을 받는다고 본다.

그러나 선진국 저임 노동자들의 임금이 침체된 반면 개발도상국의 많은 노동자는 임금상승을 누리는 등 세계화 이익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론도 있다.

잰 수석은 "가치사슬(기업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과정) 확장에 필요한 FDI가 부족하다면 그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영향을 받고 글로벌 무역도 따라서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세계화 전환점에 있는지 그냥 단순한 투자 둔화인지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계에서 FDI 유입을 따질 때 중국은 작년 동기보다 6% 증가한 700억달러(약 79조원)를 기록, 최대 목적지로 떠올랐다.

영국과 미국이 각각 660억달러(약 74조6000억원), 465억달러(약 52조6000억원) 유입으로 그 뒤를 따랐다.

유럽에서는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본부 격인 아일랜드가 810억 달러(약 91조6천억원), 스위스가 770억 달러(약 87조원) 유출을 각각 기록하는 등 FDI가 93%나 줄어들었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보다 2배 가까이 FDI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