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추진하는 네이버의 행보가 감지되고 있다.
SK텔레콤, 신한금융지주 등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진영에 속하지 않은 여러 금융과 오프라인 유통사업자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막되 정보통신기술(ICT)에는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도전 기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여부를 놓고 다양한 기업과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네이버 관계자는 “진출여부가 최종 확정되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과 관련 손익을 계산하는 중”이라며 “SK텔레콤에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초기 구성을 같이 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업 협력을 해왔던 신한금융지주와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초기 협의를 시작했고, 다른 시중은행과도 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접촉할 기업 리스트가 존재하지만, 대외적변수가 많은 만큼 컨소시엄 구성 여부는 극비리에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주주로 참여한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 KEB하나, NH농협은행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획득에 실패했던 기업과도 곧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였던 신세계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만약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면, 그 파급력이 업계 전체를 흔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막강한 포털 플랫폼과 이용자, 네이버페이, 라인 등 다양한 국내외 역량을 발휘할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네이버 라인-페이, 가공할 투톱 인프라
네이버는 약 4600만명의 포털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또 이미 금융(정확히 말하면 간편 결제) 사업을 하고 있다. 막대한 잠재 고객과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이미 확보했다는 의미다.
네이버가 출시한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누적 가입자만 2400만명, 가맹점도 22만6000개를 확보했다. 비대면 채널을 활용해 쇼핑부터 디지털 콘텐츠를 하나의 화면에서 해결하는 강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번거로운 회원 가입 절차 없이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디나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부담도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갖춰야할 기본 IT인프라를 보유한 셈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해외 인프라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전통 금융시장에 메기 역할을 했지만, 해외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야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지만 어디까지나 플랫폼 수출이다.
네이버는 다르다. 이미 곳곳에서 가능성이 확인된다.
우선 네이버 라인이라는 강력한 SNS기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일본을 시작으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진출했다. 라인은 현지 해외 플랫폼 시장지배력 1위다. 월 이용자만 1억60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 라인-쿠콘, 스크래핑 사업 추진
라인은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금융 정보를 쌓는 작업에도 곧 착수한다.
마이데이터 사업 일환으로 네이버라인과 스크래핑 전문기업 쿠콘이 조만간 계약을 체결, SNS 인프라에 금융정보를 융합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관련 검색 서비스와 다양한 부가사업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크래핑은 2000년대 웹2.0 사상 확대에 따라 부상한 웹서비스 핵심 기술이다. 웹사이트 콘텐츠를 수집·저장하는 정보화 기반 기술이다. 현재 금융사 뿐 아니라 공공 및 일반기업 등 전 산업분야에서 핵심기술로 활용한다.
대부분 은행은 스크래핑 기반 개인 자산관리, 기업 자금관리 서비스 제공, 비대면 대출 시 소득 증빙 서류 확보에 활용한다. 해외 진출 기업을 위한 글로벌 자금관리 서비스에도 적용한다.
네이버가 라인 플랫폼에 스크래핑 기술을 도입하면 강력한 데이터를 집적할 수 있고, 유관 금융정보 검색부터 서비스까지 가능해진다.
정부가 마이데이터시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어 기회도 열려 있다. 관련 기술을 인터넷전문은행 다양한 상품에 녹인다면 자산관리부터 대출, 결제에 이르는 강력한 슈퍼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아직 가능성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다양한 움직임을 기존 사업과 금융을 융합하기 위한 준비로 해석하고 있다.
◇조심스러운 네이버, 진출 여부는 단언 못해
네이버 뿐 아니라 일부 기업은 네이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네이버도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여부에 대해 결정 된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핀테크 관련 비즈니스는 현재 글로벌 ICT산업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라 네이버도 글로벌 사업자와 같이 여러 방안을 두고 폭넓게 연구하는 수준”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수익성이 둔화되고 규제 산업인 은행업에 네이버가 발을 담글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네이버 라인 등 이미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인 네이버가 (여러 규제를 적용받아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이유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며 “거론되는 다른 기업들보다 진출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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