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 별도 법인 설립을 두고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78% 이상이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R&D 법인 설립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16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카젬 사장은 지난 15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가칭) 설립은 우리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약인 동시에, GM의 글로벌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확보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한국지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은 제품 개발 확대, 회사 지위 격상 등을 이유로 생산공장과 별도로 R&D를 전담할 신설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R&D법인 분할을 결정했고,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특별의결을 진행할 방침이다.
카젬 사장은 “최근 GM이 한국지엠에 배정한 글로벌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프로그램은 한국지엠의 능력을 인정하는 자신감의 표시”라며 “이는 GM 코리아 테크니컬센터 주식회사 설립에 이어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과 수출, 내수 판매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고품질의 차량과 파워트레인, 부품을 생산하는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대내외 환경으로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있다”면서 “고객 신뢰와 내수 판매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으로 이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며, 이 모멘텀을 계속해서 강화하는 동시에 최고 품질의 차량을 내수, 수출 시장에 공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는 신설법인이 세워질 경우 나머지 생산 기능은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법인 분리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15∼16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78.2%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할 경우 노조는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결국 파업으로 응수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12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했고 이에 대한 결과는 22일쯤 나올 예정이다.
노조 측은 “R&D 전담 신설 법인이 설립되면 나머지 생산 기능은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군산공장 폐쇄와 3000여명의 생존권을 앗아간 GM이 법인분리라는 꼼수로 먹튀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