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개편이 결국 '핑퐁 게임'으로 전락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주요 발전사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눈치만 보고 있다. 국회는 아예 모르쇠로 일관한다.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을 감안해 누진제 관련 다수 법안을 제출해 놓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태스크포스(TF)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이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문제는 법안 통과 결정권이 있는 국회다.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상임위 안에서는 “전기요금 TF를 구성해서 여야 3당이 논의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잡아떼고 있다. 여당은 아예 강한 유감까지 표현하고 있다.
상황은 이해된다. 전기요금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다. 전기요금 개편에 착수한다는 선언은 사실상 세금을 올리겠다는 의미와 같다. 자칫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세금 인상은 정치인에게 무덤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전기요금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원전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 반작용이다. 발전을 위한 원재료 가격이 비싸지면서 누구나 예상한 결과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한전과 발전 5사는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5분의 1 토막 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탈원전·재생에너지 정책 유지 때는 2030년에 ㎾h당 평균 발전단가 162원에서 259원으로 폭등할 것이라는 자료도 제시됐다.
전기요금 개편은 시간문제가 아니다. 버틴다고 해결될 수 없다. 원전을 포기하는 대가로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 시간을 끌수록 문제가 커지면 커졌지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치성 수사로 폭탄 돌리기를 해 봐야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국회가 외면할수록 더욱 구석에 몰릴 수밖에 없다. 단물만 빼먹겠다는 심보를 버리지 않으면 더 큰 역공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