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유지인가, 사랑스러운 아이 출산인가?” 30대 중반에 들어선 신혼부부 고민은 끝이 없다. 서로 사랑해서 가정을 꾸리기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막상 아이 문제가 고민이다. 어렵게 정착한 직장을 쉬어야 하고, 심지어 경력 단절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맘'도 있다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2018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연 1.3명 이하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50년 후에는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끔찍한 예측도 있다. 정부는 출산장려금 지급, 유급 육아휴직, 다자녀가구 세금 감면, 탄력근무 등 다양한 가족 친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우리나라 여성 직장인 78.4%가 두려워하는 경력 단절 때문이다. 그 가운데 41.6%는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한다.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는 조속히 맞벌이 부부가 경력 단절을 걱정하지 않고 출산을 택하도록 도와야 한다.
출산장려 정책으로 실버의 '방과후학교' 봉사를 제안한다. 초등학교 수업 후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교에서 실버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면 부모들은 안심할 수 있다. 현재 교육부 주관으로 방과후교실이 시행되고 있지만 수혜자가 한정돼 있다. 원하는 부모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해야 한다. 국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출산율 감소와 실버 일자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쁘지 않다. 6000여개 학교에 실버 10만여명을 투입하면 국가 예산 1조원 남짓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프로그램의 높은 질을 요구하겠지만 우선 출산율 문제 등 당장 급한 현안 해결에 만족해야 한다.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 개발은 차후 문제다. 실버들이 옛날 얘기를 들려주고,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고, 게임이나 운동을 하는 등 학생과 실버교사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발전을 도모하는 편이 현명하다. 가상현실(VR) 게임을 함께 즐기는 실버와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보화 혁명의 부작용인 세대간 갈등을 해소시킬 수도 있다. 실버와 초등학생들 간 자연스러운 교류와 보살핌은 상호 공통점을 찾아 이해의 폭을 넓혀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타 방법과 정책으로 해결하지 못한 숙제 해결의 묘책으로 보인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실버 복지의 한 방편이다. 은퇴 후 30여년을 살아야 하는 실버 750만명에게 일자리는 삶의 활력소다. 단순히 연금에 의존해서 시간을 보내는 실버에게 여행, 취미 활동 등 다양한 소일거리가 있지만 일하는 보람과 견줄 수 없다. 아이를 돌보는 보람의 대가를 수령하는 일은 실버에게 최대의 즐거움일 것이다. 또 일정한 일자리는 젊은이에게 넘기고 일의 보람에 대해 솔선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기업의 고용 유연성 제고를 목적으로 고안된 실업수당이 오히려 직업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3만달러 시대를 견인한 실버들이 일하는 보람을 일깨워 줄 것이다.
방과후학교를 여는 열쇠는 정부의 결단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교육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여러 부처가 관여되는 정책은 모든 부처가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미래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면 부처들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검토해 볼 일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