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온 내수 가전유통 시장이 3분기 들어 제동이 걸렸다. 일부 업체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었다. 내수 전반에 걸친 경기 침체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 대형 세일 이벤트 등이 있지만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가전유통 시장 역시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전자신문이 단독 입수한 가전유통 전문 업체 판매 실적(잠정치)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 삼성전자판매(디지털프라자), LG하이프라자(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4개사 3분기 매출이 약 2조55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성장에 그친 수치다. 업계는 이들 4개사 매출을 전체 내수 가전유통 시장 6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수 가전 유통 시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3년째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도 두 자릿수인 11%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3분기 후반으로 오면서 급격한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실적 상승세가 꺾였다. 힘겹게 버텨 온 가전 유통 시장조차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가전 유통업계 1, 2위인 롯데하이마트와 삼성디지털프라자가 나란히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이 약 4% 감소한 1조13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감소한 9월 매출 부진이 크게 난 것으로 알려졌다. 4분기에는 차세대 프리미엄 매장인 옴니프라자 7곳이 오픈하는 것에 기대하고 있다.
삼성디지털프라자도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 감소한 63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매출 감소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매출이 부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부터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LG베스트샵은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이번 분기에도 전년 대비 29%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스타일러, 건조기 등 LG전자 가전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데다 숍인숍 확대 등도 매출 증가에 긍정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랜드는 3분기에 17%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규 매장 출점과 기존 매장을 프리미엄 매장인 '파워센터'로 리뉴얼한 것이 매출 증가에 주효했다. 다만 상반기 30%를 넘던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다.
내수 가전유통 업계는 성장세 둔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 등 시장 신호도 어둡다.
양지혜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최근 소비심리 위축과 부동산 거래량 감소에 따른 이사 수요 둔화로 가전 소비 사이클이 하향세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가전유통 업계 관계자는 “8월 이후 시장이 침체됐으며, 경기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4분기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업자 증가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등 지표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 주요 내수가전유통 3분기 실적 추정(단위:억원)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업계 종합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