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예년에 비해 이른 시점에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대규모 승진을 통해 임원 규모를 늘린 가운데 큰 이동보다는 체제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출신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CJ주식회사 공동대표로 선임돼 그룹 전면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CJ그룹은 23일 총괄 부사장 2명, 부사장 3명, 부사장대우 9명, 신임임원 35명 등 총 77명을 승진하고 48명을 보직 이동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박 부회장은 손경식 회장, 김홍기 총괄 부사장과 함께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직을 맡는다. 손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맡는다. 이채욱 CJ부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공백이 생긴 그룹 대외 업무는 박 부회장이 총괄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삼성캐피탈 사장, 삼성카드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쳤다.
CJ가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후 삼성그룹 부회장을 지낸 고위직 임원이 CJ그룹으로 옮기는 것은 이례다. 업계에서는 과거 소송전을 겪은 CJ와 삼성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박 부회장은 그룹 대외 업무를 맡고 김 부사장은 내부 경영에 집중하는 업무 분담이 이뤄진다.
CJ그룹은 CJ CGV 신임 대표이사에 최병환 CJ포디플렉스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또 CJ주식회사 최은석 경영전략 총괄과 강호성 법무실장이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총괄부사장 2명, 부사장 3명, 부사장대우 9명, 신임 임원 35명 등 총 77명이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주력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에서는 부사장대우 승진자 5명, 신임임원 12명이 배출되는 등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25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여성 임원 약진도 특징이다. 비비고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손은경 식품마케팅본부장, BIO기술연구소 김소영 소장이 나란히 부사장대우로 오르는 등 6명이 승진했다. CJ제일제당 이주은 상온HMR마케팅담당, CJ ENM 김제현 미디어사업부문 채널사업부장 등 4명의 신임 임원을 배출했다. 여성 승진 임원은 총 10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13%를 차지했다.
CJ 관계자는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기 위한 인사”라면서 “초격차 역량 기반의 독보하는 1등 달성과 글로벌 가속화를 위해 조직을 혁신하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당기는 등 미래 선제 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심을 모은 이미경 부회장, 이경후 상무, 이선호 부장 등 오너 일가는 이번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