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C 부산총회 특별좌담]"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강국에서 표준 강국으로 도약해야"

# 세계 교역시장에서 전기전자 제품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UN 국제무역통계(Comtrade)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전자 제품 교역가치는 3489조원에 달한다. 전체 교역량의 19.8%를 차지해 단연 으뜸이다. 에너지(11.1%)와 자동차(8.2%), 의류(2.7%)를 상회한다. 전기전자 제품은 대부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 표준을 따른다. IEC 국제표준은 기업이 해외 수백만 기업과 협업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다. 2004년 이후 14년 만에 IEC 총회를 개최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무역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우리나라는 '2018 IEC 부산총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국제표준화 추진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IEC 상임이사국(그룹 A) 진입을 목표로 공론화도 추진한다. 본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에서 표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과 미래 IEC 표준 방향을 부산총회에 참석한 VIP들과 함께 짚어봤다.

◇참석자

△제임스 섀넌(James M. Shannon) IEC 회장

△프란스 브리즈빅(Frans W. P. vreeswijk) IEC 사무총장

△허남용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이상진 한국표준협회 회장

△김성락 현대일렉트릭 부사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부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부장)=14년 만에 한국에서 IEC 총회가 열렸다. 이번 총회 배경과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임스 섀넌(IEC 회장)=한국은 전기전자제품 기술 개발에 있어 전 세계의 중심에 있다. IEC 활동에 참여하는 한국 전문가들의 가치도 크다. 한국의 기술력은 IEC의 활동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프란스 브리즈빅(IEC 사무총장)=IEC는 1906년에 설립됐다. 전기가 있는 모든 곳에는 IEC 국제표준이 자리하고 있다. IEC에게 이번 부산총회는 매우 중요한 행사다. 한국 국가기술표준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 수천명의 전기전자 표준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사회=이번 총회를 통해 한국의 전기전자 엔지니어들과 산업계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허남용(국표원 원장)=표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그동안에는 정부가 주도했다. 과거에 우리는 정부 주도로 공통된 표준을 쫓기에 바빴다. 하지만 표준은 예상치 못한 여러 산업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그 시장을 소비하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발생된다. 정부는 표준에 대한 주도권을 과감히 내려놓겠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표준을 만들면 정부가 국내 표준으로 등록하고 국제 표준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표준은 정부의 몫이 아니다. 마케팅 못지않게 표준을 적극적으로 주도했으면 한다. 정부는 그러한 장을 만들겠다.

◇프란스 브리즈빅=한국의 다국적 기업 및 글로벌 기업은 IEC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표준을 반영하고자 전문가를 IEC 활동에 참여시킨다. 이렇게 IEC 활동에 참여하는 전문가는 IEC 내 다른 전문가와 교류를 통해 상호 발전을 꾀한다.

◇이상진(표준협회 회장)=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제표준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국표원과 표준협회 등 관계자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국민에게 적극 어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IEC 부산총회가 중요하다. 표준 참여가 기업의 이익과 연결된다는 인식을 제고하고 성공사례를 발굴해 홍보하는 정부차원 대응도 필요하다. 전기전자제품 제조국가 세계 4위 포지션에 맞게 국제표준의 추종자가 아닌 적극적인 리더가 돼야 한다. 이번 IEC 부산총회에 참가하는 선진국은 참가단 70% 이상이 기업이다. 우리가 이름을 익히 잘 아는 지멘스와 인텔 등 대기업에서 전기전자 업계 중소기업까지 망라해 적극 참여했다. 우리 기업도 이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성락(현대일렉트릭 부사장)=IEC는 전기전자 제품의 효율성, 안정성, 편리성, 경제성, 호환성을 담보하고자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술을 규격화한다. IEC의 표준 제정에 기여해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기대 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원활한 표준화 활동이 가능하도록 정부도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했으면 한다. 표준 자체에 대해 얘기하자면, 기업과 고객의 약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가이드이기도 하다.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지점인 표준에 대해 기업이나 우리 산업계가 지금까지 많은 참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기업도 IT 제품이나 솔루션 등이 많아지는 추세에 맞춰 전 세계 고객이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표준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사실 한국 기업의 국제표준 활동 참여율은 20%대로 결코 자랑스러울 만한 수치는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어'로서 성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신기술, 신사업 영역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선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IEC 부산총회를 계기로 한국과 한국 기업이 더 많은 분야에서의 국제표준화에 기여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의 창출 및 신기술 확산을 통해 국가 산업경쟁력을 한층 제고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제임스 섀넌=IEC는 전기전자의 표준을 제시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표준 개발과 적합성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IEC야 말로 전 세계 170개국의 수많은 기업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이만한 소통창구도 없다고 자부한다.

◇사회=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술 융합과 혁신에 표준이 미치는 영향과 IEC의 대응을 소개한다면.

◇제임스 섀넌=우리는 모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시대에선 기술개발은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표준 개발에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참여하는 IEC로서는 이러한 변화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표준화 과정에 있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은 분야에 있어 빠른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표준을 개발하는 방법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여러 집단이 협력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개발 등의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지금 IEC에서 진행하는 가장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보다 빠르고 민첩하고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IEC의 표준 개발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빠른 표준개발을 바라기 때문이다. 기업이 빠른 표준 개발을 원하는 이유는 IEC와 같은 국제기구는 시장 접근에 중요한 도구이며 기술개발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요구에 맞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IEC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보다 포괄적이고 긴밀한 협력 및 표준 개발 프로세스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김성락=기업은 기존의 정체된 시장을 극복하고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혁신을 통해 지능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기술 융복합에 의한 기술의 복잡화를 초래한다. 이때 복잡한 기술을 반영한 유형의 제품,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과 고객이 기술의 가치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즉, 표준을 통해 고객은 새로운 미래성장산업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된 기술혁신의 효용성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허남용=지금까지의 산업에서는 표준을 하나의 규제로 생각했다. 시장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일정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서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에서 표준은 기술혁신의 핵심 요소이자 촉매제로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화된 시장에서 표준은 신생 기업이라도 원활한 기업활동 및 표준을 기반으로 한 혁신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품에 대한 기초적인 품질을 보증함으로서 제품 향상도 도모한다. 무엇보다도 표준을 국제화하는 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전 세계의 기업이 협력해 핵심 기술의 호환과 성능의 향상을 이끌어 내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결'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표준은 그 연결의 핵심이자 기술혁신의 근간이다.

◇이상진=산업계에는 기술이 개발돼 표준이 되고, 다시 표준이 활용돼 기술이 개발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혁신의 속도와 융합의 복잡도가 증가한다. 호환성이 중요시되는 표준의 역할과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과거와 다른 형태를 띨 것으로 본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IEC도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산업계와 정부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회=IEC의 적합성 평가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프란스 브리즈빅=적합성 평가는 표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IEC는 4가지 적합성 평가 시스템을 갖췄다. 이 시스템은 여러 국가에서도 사용한다. 다시 말해 한번의 제품 시험으로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통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IEC 적합성 평가 시스템이다. IEC 인증제도 내의 한국 제품은 전 세계에 통용된다. 단지 제품의 수출만을 뜻하진 않는다. 동일한 시험 방식으로 동일한 제품을 시험하고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는 일련의 절차를 뜻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의 적합성 평가를 거친 제품은 유럽에서도 유효한 제품으로 인정된다. IEC의 가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표준과 적합성 평가가 마주한다. 기업과 소비자, 이해관계자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사회=미래 IEC 표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김성락=현재 전기전자 산업계는 에너지패러다임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산업의 격변기를 맞이해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에너지관리시스템, 수요관리, 전기자동차 분야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표준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IEC는 4차 산업혁명에서의 스마트 제조시대가 표준화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자가 표준화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과 다양한 글로벌 기업 간의 다양한 교류 기회를 제공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실질적 역할을 해야 한다.

◇허남용=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IoT 등 초연결, 초지능화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사회, 문화, 경제 등 인류의 삶 전체가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전기전자 및 ICT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술 간 융합이 핵심이 되는 시대다. 과거 정부의 주도 하에 하나의 공통된 표준을 쫓아가던 표준 또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여러 산업의 융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그 시장을 소비하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시대의 표준은 지금까지보다 더욱 빠르게 국제화되고 유기적이며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이상진=이번 IEC 부산총회의 주제는 '스마트 시티와 지속가능한 사회'다. 결국 표준의 목적은 우리 인간 삶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표준의 가치를 시장성, 수익성, 효과성 뿐 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보다 넓은 이해관계자의 수혜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국가만의 과점이 아닌 범 글로네트워크의 확대와 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IoT, AI, 스마트시티, 드론, 이러닝, 나노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요소기술 분야 기술위원회(TC/SC)에 적극적인 참여 필요하다. 정부는 정책 및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우리 협회 또한 기술위원회 참여 및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노력하겠다.

◇프란스 브리즈빅=스마트시티와 e-모빌리티, 기후변화, 지속성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EC 표준을 이용해 우리의 삶, 전 세계를 개선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인터스트리 4.0과 스마트제조는 IEC에서 최근 중요하게 다루는 과제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SyC(시스템커미티)를 운영한다. 한국도 주요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더 많은 관계자가 참여해 국제표준의 성공을 지원했으면 한다.

정리=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