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를 실은 아폴로 11호가 1969년 여름 달 부근에 도착했다. 마이클 콜린스는 본선에 남고 나머지 두 사람이 작은 달착륙선 이글호를 타고 달에 내렸다. 그들은 착륙선에서 나와 달 표면에 발자국도 찍고 거창한 말도 남겼다.
너무 유명한 나머지 지구에서 촬영된 화면이라는 음모론이 나도는 인류 첫 달 착륙 장면이다. 그것은 달에 관한 인류의 무수한 낭만적 사고방식을 영원히 바꾼 대전환이었다.
과학 역사에서 이보다 유명한 장면은 피사의 사탑에서 낙하 실험을 했다는 한 노인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는 일화 말고는 없을 듯하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는 좋은 방법은 등장인물 속으로 깊이 침투해보는 것이다. 근작 '퍼스트맨'은 그런 의도로 만든 영화다.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을 내세워 닐 암스트롱이라는 인물 내면을 파고들어 달 착륙 전후 우주비행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겪는 고뇌와 좌절, 기쁨을 담담히 그렸다.
닐 암스트롱은 이런 대사를 날린다. “내가 말동무가 필요해 뒷마당에 혼자 나온 것 같소?”
혼자 있게 해 달라는 표현을 이보다 까칠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린다.
애국심 고취 느낌이지만 담담한 고뇌가 좋았다는 사람과 다 아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했다는 사람으로 나뉜다. 어느 쪽인지 순전히 개인 취향이다.
영화는 생각거리를 여럿 던졌다.
과학 발전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 우선 드러난다. 패러다임 이론을 주창한 토마스 쿤이 생각난다. 달 탐사는 공산 진영과 경쟁한다는 순전히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며 그래서 마지막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가짜뉴스를 언급하기도 좋은 기회다.
달착륙은 가짜뉴스 단골 소재다. 달착륙 자체보다 식상해진 음모론은 언급할 가치도 없지만 가짜뉴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아폴로 11호 이후 다섯 번이나 더 유인우주선이 달에 착륙했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설자리가 없다.
많은 사람이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는 확고부동한 사실과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달착륙 음모론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 중 상당수는 주목 받는 데 쾌감을 느끼며 논란을 위한 논란, 이슈를 위한 이슈를 일으키는 데 골몰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도 막을 방법이 없다.
달에 가는 것보다 가짜뉴스를 막는 게 더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