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국정감사가 29일 각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다음달 7일까지 겸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국감이 있지만 14개 상임위 국감은 끝났다.
올해 국감은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첫 국감이었다. 지난해 국감이 정부 출범 후 5개월 만에 열려 사실상 박근혜 정부 국감이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감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고 성과를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여당은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가 거둔 성과 부각에 초점을 뒀다. 야당은 정부 정책실패로 인한 민생 어려움을 강조했다. 여야 모두 정부 국정운용, 정책을 중심으로 국감을 준비했다.
정부가 실시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검증과 대안 마련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 목표라는 국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상임위원회 차원에서도 국감 때마다 고질적으로 불거진 △부실한 자료 준비 △무분별한 자료 요구 △무분별한 증인 채택 등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일 간 국감에서 정부 정책 비판과 건설적 대안은 없었다. '사립유치원 비리' '공공기관 채용 비리' 등 사회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두 사안 모두 당 차원에서 미리 준비한 것이라기 보단 의원이 제기한 문제점을 당이 확대·재생산한 것이다.
상임위별 국감 역시 정부 정책 견제와 비판보단 정치적 공방에 힘을 쏟았다. 곳곳에서 고성이 오가며 파행이 잇따랐다.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선 정부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일자리·경제정책에 대한 여야 각자의 비난과 옹호만 있었다. 건설적 대안은 전무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은 정부의 전기요금, 소상공인, 스타트업 정책, GM 사태 대책을 찾기보다는 탈원전 등을 두고 지루한 공방만 계속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정무위원회는 최근 국회 문턱을 통과한 혁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건설적 대안 제시는 전무했다. 드루킹 댓글사건과 여당 보좌진의 정부 내 정책자문위원 채용 등 정치 이슈만이 부각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조명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국감 일정이 겹치면서 제대로 된 정책 논의가 없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적절성 논란만이 계속됐다.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선 문재인 케어와 국민연금 개편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통일위와 국방위 국감에선 '북한'을 두고 대치했다.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 비준을 두고 끝없는 소모성 논쟁만 펼쳐졌다. 민주당은 남북 합의문서가 국가 간 조약과 달라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른 국회 비준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에 해당되므로 헌법 규율에 따라 비준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평양공동선언 비준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선 서울시 국감 도중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시청을 찾아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문제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벌여 국감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한국당의 공방이 계속됐다. 한국당은 '가족 고용세습' 의혹을 거듭 부각했다. 민주당을 향해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특혜 의혹 국정조사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의혹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부터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감을 지난 1년간 정부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는 장으로 만들겠다던 여당도, 누적된 정부의 각종 실정을 파헤치겠다고 벼렸던 야당도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감에서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함께 감시·견제하지 않고, 여당은 방어에만, 야당은 공격에만 치중하는 상황에선 정부의 국정운용에 대한 내실 있는 지적과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사실상 21대 총선 국면에 접어드는 것도 올해 국감에 영향을 미쳤다. 여야가 정국 주도권 경쟁에 집중하면서 국감은 정책 대안보단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정쟁을 벌이는 장으로 변질됐다.
그럼에도 여야는 모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건실한 국감이었다고 자평했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을 통해 정부를 견인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의 여러 공격은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고 말했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도 “국감 도중 장관 청문회 일정을 잡거나 부실 장관을 추천해 장관이 없는 국감을 만드는 등 무력화 시도가 계속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제점을 밝혀내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현 제도상 부실 국감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 20일간 700여곳을 감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현재처럼 1년 중 한 기간을 정해 감사하는 것보단, 연중 감사를 실시하는 제도 등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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