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만에 2000선 무너진 코스피 '패닉'

코스피 지수가 29일 2000선을 내줬다. 22개월 만의 최저치다. 증시안정자금 투입 등 금융 당국의 투자 심리 회복 방안에도 국내 증시는 하락세를 이어 갔다. 정부는 최근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 원인을 글로벌 경제 악화 우려에 따른 일시 현상으로 진단했다. 앞으로 추가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급격히 위축된 개인 투자 심리는 하락장을 이끌었다. 특히 반대 매매 등이 맞물린 코스닥은 5% 넘게 빠졌다. 급격한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에도 국내 증시 전반에 걸쳐 추가 하락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1.10포인트(1.53%) 하락한 1996.0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6년 12월 7일 이래 처음이다.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코스닥 지수는 5% 넘게 빠졌다. 33.37P(5.03%) 하락한 629.70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14일 629.37 이후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특히 투자 심리 위축에 따른 개인 투매는 하락 폭을 더욱 키웠다. 이날 개인은 코스피에서 4872억원, 코스닥에서 3038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지난 1월 23일 개인이 총 8270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개인 투매가 일어났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60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국내 증시 하락세는 당분간 국내 증시에 하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발표한 시장 안정 대책도 개인 투자 심리 회복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반응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같은 증시 하강 국면에는 기관투자가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주식 시장 하락 및 외국인 자금 유출 현황 등을 점검했다. 금융위는 최근 이어진 하락세를 글로벌 경제 악화 우려에 따른 공포 심리로 해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올해 말 예정대로 유럽중앙은행(ECB)가 재정 완화 정책을 종료할 것에 대비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국제 투자자금의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기초 여건이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금융 당국 주재 점검회의 직후 열린 증권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최근 주가 하락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우리 주식 시장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및 과거 위기 상황에 대한 경험에 비춰 볼 때 투자 심리 급락으로 인해 과도하게 하락한 상태”라면서 “현재 주가 하락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 조정이 길어지며 지수가 추가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1500~1600이 저점이라고 보는 일각의 관점은 한국 증시를 지나치게 비관한 것”이라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1950P는 믿을 만한 저평가 기준선이고, 최악을 가정해도 마지노선은 1850”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