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지엠이 생산과 연구개발(R&D) 법인을 분리한 것이 국내 철수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날 선 비판이 제기됐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는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은 법인 분리에 대해 정부와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방한을 계획하고 있다.
카젬 사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GM은 한국에서 철수 계획이 없고, 여러 차례 한국에 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면서 “기본계약에는 10년(운영)을 적시하고 있지만, 보다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카젬 사장은 10일 국회 산자위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산업은행이 법원에 낸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응했다. 산자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카젬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카젬 사장은 이날 국감 내내 한국지엠 법인 분리 정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통해 생산법인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지엠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반대하는 법인 분리를 감행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법인 분리는 향후 R&D 법인만 유지하고 생산법인을 철수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이고, 이는 호주에서 이미 전례가 있기 때문에 국내 철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를 하면 완성차 업체에서 GM 하청회사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과거 한국지엠은 R&D, 생산, 판매를 모두 하는 완성차 업체였는데, 법인을 분리하면 GM이 용역업체가 되고, 한국지엠 법인들은 하청업체가 되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누적적자가 3조5000억원이 넘고 올해도 1조 적자가 예상되는데,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철수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회는 군산공장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 5월 산업부, GM, 한국지엠이 체결한 '한국지엠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에서 누락된 군산공장 활용방안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베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3월 송하진 전북도지사에게 군산공장 활용 논의를 약속했지만, 5개월 동안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젬 사장은 “현재 (공장 재활용) 의향을 보이는 당사자와 협상 및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MOU에 군산공장 재활용 방안을 담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사자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바라 회장은 최근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에게 서신을 보내 한국지엠 법인분리 정당성을 강조했다. R&D 법인을 분리하면 집중 경영, 투명성 증대, 운영효율 증대 등 이점이 있어 GM이 미래 연구개발 업무를 한국에 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설명했다.
바라 회장은 “GM은 분할이 연구개발 회사와 생산부문 모두가 수익성 있으며 독자생존한 사업부문으로 각각 자립하도록 해주는 중요한 단계라고 보고, 법인 분할이 완료된 이후 미래에 한국지엠에 추가적인 업무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면서 “조만간 한국지엠을 방문해 지부장과 (산은, 한국정부 등) 다른 주요 이해관계자를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