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 탐사에 첨병 역할을 해온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망원경 '케플러'와 소행성 탐사선 '돈(Dawn)'이 지구와 영원히 이별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NASA는 30일 연료가 떨어져 더는 제 기능을 못 하게 된 케플러 우주망원경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금주나 다음 주 중에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현재 안전한 궤도에서 송신기를 비롯한 모든 장치를 끄라는 명령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태양에서 약 1억5000만㎞ 떨어진 궤도에서 지구를 따라 돌고 있는 케플러는 토성 탐사선 '카시니'처럼 동체를 던져 산화하며 장엄한 최후를 맞는 것은 아니지만 침묵 속에서 어두운 우주 궤도를 떠돌며 영면에 들게 된다.
소행성 탐사선 돈도 설계수명을 훨씬 넘겨 활동하며 연료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 케플러와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난 2009년 발사된 뒤 9년간 태양주위를 돌며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2681개의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현재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70%가량은 케플러가 찾아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모든 별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으며 태양계 밖의 다른 세계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됐다.
케플러의 외계행성 탐사는 160㎞ 밖의 자동차 전조등 앞을 기어가는 벼룩을 찾아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NASA는 설명했다.
케플러가 이렇게 찾아낸 행성 중 케플러-22b를 비롯해 10여개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이른바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는 지구 크기 암석형 행성이다. 케플러-22b의 경우 지구보다 크지만 해왕성보다는 작은 슈퍼지구급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후를 갖고 있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NASA는 2주전 연료가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케플러가 수집한 관측자료를 모두 회수하고 케플러에 부고(訃告)성 자료를 내는 등 이별 준비를 해왔다.
NASA는 돈과 케플러에게 곧 작별인사를 해야 하지만 이들이 보내온 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수십년간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