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상생협의체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다수 국가에서 망 이용 대가를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통신사에는 공짜 네트워크를 요구하면서 힘 있는 국가(?)에는 순순히 대가를 지불하는 이중 태도를 취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구글은 미국 컴캐스트·버라이즌·AT&T, 프랑스 오렌지와 독일 도이치텔레콤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 또한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 대가를 납부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하고 있지만 미국과 프랑스에는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렌지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할 때 합당한 망 이용 대가를 부담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용량 증설을 거부해도 된다는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구글과 협상했다고 한다. 원칙은 없고 철저히 힘과 상황 논리가 작용하는 협상인 셈이다. 아쉽고 몰리는 쪽이 지는 협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사업자는 수세일 수밖에 없다. 경쟁 구도인 국내 통신서비스 3사가 협상에 임하는 구조여서 협상력이 낮고, 이용자 불편이 불거지는 부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버틸 힘도 없다. 이번 글로벌 사례 분석에는 프랑스와 미국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용자 불편에 대한 정부와 규제 당국의 유연한 정책 판단이 망 이용 대가 거래 기준 확립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부 이용자에게 발생하는 불편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망 이용 대가 협상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에 이뤄지는 개별 계약이다.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통상 글로벌 기업은 거대 로펌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와 영향력 측면에서 국내 기업, 심지어 정부보다도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이 국가별로 상이한 망 이용 대가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파악한 것만도 성과다.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 기업의 국가별·네트워크사업자별 차등 정책을 철저히 분석, 합당한 수준의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