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며 9월 경상수지 흑자가 12개월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79개월째 흑자 행진을 유지했다. 상품수지 흑자 증가 규모가 감소했지만, 추석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 및 기저효과로 소폭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8년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08억3000만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년(122억8700만달러) 이후 1년 만에 '100억달러'를 상회했다.
한은에 따르면, 역대 6위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계속 흑자를 내며,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상품수지가 여전히 100억달러 넘는 실적을 냈다. 상품수지 흑자는 132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수출 감소로 흑자 규모가 전년 동기(149억8000만달러)에서 살짝 축소됐다.
9월 상품 수출은 510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5% 감소했기 때문이다. 23개월만에 감소세로 들어섰다. 수입도 3.2% 줄어든 378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추석 연휴가 9월에 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 전년 동월 계절적 요인으로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 미국에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로 자동차 침수 피해 등이 발생하자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28.6%나 증가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추석으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 여파가 있지만 9·10월 평균 값으로 따지면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미·중 무역분쟁에도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한 126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이 전월보다는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20%를 상회했다. 이외 전기·전자제품(198억8000만달러)와 석유제품(42억2000만달러) 수출도 증가했다.
다만, 조선업과 철강업 위기는 계속 고조됐다. 선박 수출은 전년 대비 55.3% 감소하며 13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 8월에도 73.6%나 감소했다. 철강업도 36.8% 축소된 36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서비스수지는 2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가 11억3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한·중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행 수요로 출국자 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한 탓이다. 외국인의 국내 여행으로 벌어들인 여행수입은 13억6000만달러,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쓴 여행지급은 24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달 중국인 입국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고고도요격미사일(사드·THAAD) 발생 전 최고 기록(90만명)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중국인 입국자 수가 60만~70만명 수준으로 회복돼야 여행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운송수지는 2016년 8월 이후 25개월만에 3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세계 물동량 증가, 해상운임 상승으로 해상운송수지 적자 규모가 70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입국자 수 증가로 항공운송수지는 1억3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576억8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상품수지가 916억달러 흑자, 서비스수지는 사상 최대 여행수지 적자로 236억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