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물이 남지 않는 화장품 용기'
이너보틀(대표 오세일)은 전 세계에서 연간 150억병 이상을 생산하지만 재활용률은 13.8%에 불과한 플라스틱 용기를 주목했다. 용기 안에 실리콘 풍선 '이너셀'을 넣어 그 안에 화장품을 담는 방식이다. 잔여물이 2% 미만에 불과하고 어떤 디자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는 “용기 재활용이 안 되는 이유는 세척비용이 많이 들고 혼합 플라스틱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면서 “로션 등 용기 안에 남아 있는 채로 버리는 양이 많게는 2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너보틀은 실리콘을 이용했다. 인체 시술에도 쓰일 만큼 안전하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고 내용물 산화나 변성이 없다. 온도 변화에도 잘 견딘다.
화장품 용기 중 에어리스 방식이 있다. 밑판이 올라오면서 내용물을 짜낸다. 하지만 밑판이 일정한 직경의 실린더 관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원통형으로만 디자인이 가능하다. 이너보틀 실리콘 풍선은 원통, 사각, 타원 등 디자인 구애를 받지 않는다. 비용도 에어리스보다 10~20% 정도 싸다.
대학에서 전기전자를 전공한 오세일 대표는 2008년 변리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그는 창업 DNA가 넘쳤다. 보장받은 전문직을 박차고 지난해부터 스타트업을 준비했다. 사회생활을 함께하던 동료 4명과 6개월 이상 준비기간을 거쳤다. 올해 초 창업한 그는 매출목표는 잡지 않았다. 기술을 더 다듬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 목표였다.
혁신기술은 시장이 먼저 알아차렸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 C&C에서 관심을 보였다. 커스터마이징을 거쳐 지난 9월부터 이너보틀이 공급한 용기로 제품이 나왔다. 주요 타깃 제품은 고가인 세럼과 에센스다. 그 덕에 창업 첫 해부터 매출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화장품 업체 3곳과 계약을 타진 중이다. 내년에는 해외진출을 목표로 한다.
이너보틀은 용기를 플라스틱에만 한정짓지 않는다. 재활용률이 80%가 넘는 종이에 주목한다. 실리콘 풍선을 이용하면 재활용종이 용기 내부에 코팅을 하지 않아도 된다. 플라스틱 용기보다 더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다. 향후 케첩, 마요네즈, 소스 등 음식물 용기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너보틀은 기획, 디자인, 연구개발(R&D) 등 직원 6명이다. 내년 매출은 20억원이 목표다. 변리사 CEO답게 특허 9건 디자인, 상표 출원 등 총 18건 보유하고 있다.
오세일 대표는 “사업영역이 B2B이지만 소비자에게 브랜드 가치를 심는 것이 목표”라면서 “인텔 인사이드 마크처럼 자사 이너보틀 솔루션 적용 제품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너보틀은 국내 최대 스타트업 콘테스트인 'K-스타트업'에 참여했다. 5770개 업체 중 최종 20위 안에 들었다. 최종 선발은 이달 말 열린다.
인터뷰-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기존 충진설비를 그대로 이용해 실리콘 풍선을 넣는 공정을 자동화했습니다. 많은 추가비용 없이도 라인에 적용할 수 있어 경제적입니다.”
오세일 대표는 “장비 자동화 기술 및 내용물 충진 기술을 통한 솔루션을 사업화할 계획”이라면서 “내년에 장비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너셀'에 쓰이는 실리콘 재료를 대체할 원료로 라텍스를 주목한다. 라텍스는 실리콘에 비해 원가가 20분의 1에 불과해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오 대표는 “술용 장갑 등 원료로 쓰이는 NBR 라텍스는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라텍스 알러지 위험성이 없다”면서 “하지만 탄성회복력이 천연 라텍스보다 약해 R&D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