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스마트 지문 인식 시스템을 탑재한 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시판한다. 지문만으로 잠금장치 해제, 차량 시동, 인포테인먼트 조작 등이 가능하다. 운전자 편의성과 보안 기능이 크게 향상된다. 현대차는 지문 인식 기반 개인 맞춤형 서비스도 다양하게 제공하는 등 '스마트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에도 지문 인식 시스템이 탑재되면서 지문 인식 모듈업계 수혜도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내년 2분기 중국 출시 신차 손잡이(도어핸들)와 시동 버튼에 지문인식센서 모듈을 탑재한다. 지문 인식 기능을 갖춘 양산 차는 세계 최초다.
운전자 본인을 비롯해 가족 등이 지문만 등록해 놓으면 자동차 열쇠를 휴대할 필요 없이 차량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조작 등 차량 제어도 가능하다. 단순히 도어록 해제나 차량 시동보다는 생체 정보를 이용한 본인 인증을 통해 운전자를 인식하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예를 들어 자동차 문을 열 때 지문이 인식되면 차량이 운전자 정체를 파악해서 운전석 위치를 미리 등록한 설정대로 자동 조정해 준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자주 듣는 음악이나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사용자에게 맞춰 자동 실행된다.
지문 인식은 스마트폰에 보편화된 기능이지만 자동차에는 도용 가능성 등 보안 및 안전 문제로 적용되지 않았다. 다양한 기온과 환경 조건에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수명도 훨씬 길기 때문에 스마트폰 대비 요구되는 부품 신뢰성도 훨씬 높다. 현대차는 복수의 국내 지문 인식 모듈 업체와 함께 스마트 지문 인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 출시하는 신차에 지문 인식 기능을 시범 적용, 신기술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를 공략한다. 브랜드 경쟁력 약화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영향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외 판매 모델로 탑재 차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지문인식센서 모듈 시장이 정보기술(IT) 기기에서 자동차 분야로 확대되면 부품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지문인식센서 모듈은 스마트폰에 비해 수량은 적지만 가격이 10배 이상 비싸 부가 가치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지문인식센서 모듈을 탑재한 차량이 양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자동차에 요구되는 품질 규격, 안전성, 보안 성능을 맞췄다는 의미로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기대된다”면서 “단순 본인 인증 외에 운전자를 위한 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문 인식 기술을 중국 출시 차량에 도입하는 것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