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을 만 하네요.”
올해 국정감사장에 선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를 두고 한 국회 관계자 말이다. 리 대표가 매출 등을 묻는 질의에 “말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자 국회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의원 보좌관은 “세리머니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답이 없어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성실히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세청 등 관계 기관 몇몇을 제외하면 구글이 한국에서 얼마나 버는지, 세금은 얼마나 내는지 알 수 없다.
구글은 이를 공개할 법정 의무가 없다. 국세청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개별 기업 납세 정보를 밝히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결제된 요금을 다른 국가 법인으로 산입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국감 기간에 만난 한 정부 관료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지역 매출을 투명하게 밝히고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통해 글로벌 흐름을 만드는 것이 효과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가 국내법을 뜯어고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우리 사회가 구글에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미 그들이 한국과 밀접한 관련에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유튜브는 국내 미디어와 개인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동영상 플랫폼이다. 구글 검색 서비스는 막강한 개방성을 무기로 토종 포털을 압도한다. 구글은 올해 한국에서 뉴스와 쇼핑 등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많은 한국인 이용자가 구글 서비스를 신뢰하고, 구글은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다. 파트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구글이 한국을 존중한다면 더 진지해져야 한다. 가짜뉴스에 정부 광고를 붙인 시스템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우리는 진실을 규명하는 입장이 아니다”고 답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페이스북은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 등 지역에서 거둔 광고 수익을 현지 세무기관에 직접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구글코리아 대표는 매년 국회에 나와 “말할 수 없다”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해야 할 것이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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