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시작해 한반도 평화의 큰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데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말한 뒤 “이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앞두고 있는데,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며 양국간 협력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교역량 확대 △인적 교류 확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협력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좋은 협력이 계속 이어져 수교 30년 되는 2020년에는 양국 간 교역량 300억달러, 인적교류 100만명 목표를 반드시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상호 교역량이 27% 증가했고, 올해 20% 정도 증가했다”며 “상호 교역 규모가 큰 만큼 양국이 늘 이야기 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부루나이·라오스 정상과도 연쇄회담을 가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실질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내년 한국에서 개최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아세안과의 소통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브루나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나이는 한-아세안 간 대화조정국이다. 볼키아 국왕은 특별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양국은 한국 신남방정책과 브루나이의 '비전 2035 정책'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한다. 비전 2035는 브루나이의 장기 개발계획으로, 2035년까지 1인당 GDP 및 삶의 질을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두 정상은 기존 인프라·건설 분야 협력 확대는 물론이고, ICT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브루나이는 △ICT 분야 GDP 기여도 3배 이상 확대 △ICT 전문가 6000명 양성 등을 목표로 하는 '국가디지털' 전략을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실질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고위급 인사교류와 다양한 산업분야 협력 지평 확대로 양국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교통의 중심지이고 에너지와 수자원에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시술릿 총리는 “한국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지원해 준데 감사하다”면서 “메콩강 유역 복원 사업에 지원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라오스 앗따쁘주에서 발생한 댐 사고에 재차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이재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피해 지역 복구 지원을 위해 관심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갖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방안 및 한미관계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17일에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갖는다.
싱가포르=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