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중국식 스탠더드'에 입각, 내수 위주 성장 정책을 펼쳤다.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외국 기업을 중국으로 불러들였고, 새로운 것 개발보다 베끼는 길을 택했다. 거대 내수 시장이 이 같은 정책을 뒷받침했다. 수출은 대체로 위탁가공 생산에 그쳤다. 그러나 중국은 한계에 부닥쳤다.
내수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 규모가 커졌고, 글로벌 기업과 대등할 정도로 기술력이 신장됐다. 중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한 '중국식 스탠더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보호무역과 기술 베끼기를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어느 국가나 처음에는 보호무역으로 성장하고, 처음에는 선진 기술을 따라 하기조차 바빴다. 문제 본질은 이것이 아니다. 핵심은 '신뢰훼손'이다. 무역 분쟁은 어느 국가 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절차와 예측 가능성을 띤다. 중국은 다르다. 기본 신뢰를 저버린다. 외국 기업 문을 닫게 하고, 여행을 취소시키며, 물건 판매를 가로막는다.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중국 기업은 자국 정부의 이런 행동을 든든한 후원처럼 느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야말로 그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베낀 기술은 뒤늦게나마 특허료를 지불하면 되지만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 1위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5세대(5G) 이동통신 세계 시장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기술은 충분하다. 신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쩌면 미국 주도 질서를 말하는 것 아닌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한 '상식'의 다른 이름이 아닌지 곰곰 생각해야 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