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시도한다. 제한적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드는데 집중한다. 아시아 시장을 교두보로 미국, 유럽 등 선도 제약사·병원과 협업을 타진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탠다임, 딥노이드, 셀바스AI 등 의료 AI 기업은 아시아 제약, IT기업과 현지 시장 공략을 추진한다. 국내 기업은 세계 수준 의료, IT 기술을 보유했지만 각종 규제와 작은 시장 규모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이 주도하는 의료AI 시장에서 가격은 저렴하면서 기술력은 뛰어난 한국 솔루션 수요가 높다. 우리나라는 딥러닝 등 AI 알고리즘 기술이 뛰어난데다 전 국민 의료정보가 확보됐다. 국내 병원 경쟁력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면서 임상시험 등 신뢰도도 갖춘다.
스탠다임은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AI 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약물 효능 재발굴 서비스 '익스팬더'와 선도 물질 최적화 서비스 '베스트'가 대표적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해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작년 출시한 익스팬더는 해외 제약사 5곳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세 곳이 일본 제약사다. 이달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4회 국제 파트너링 콘퍼런스 바이오 유럽(바이오 유럽)'에서 '베스트' 서비스를 공개, 13개 다국적 제약사와 미팅을 가졌다. 현재 세 곳과 공급 논의를 진행한다.
딥노이드도 AI 의료영상 판독·진단지원 솔루션 '딥파이'로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한다. 최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했다. 압박골절, 뇌동맥류 진단 지원이 우선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 허가를 획득한 후 중국으로 넘어간다. 중국 알리바바와 현지 클라우드에 올리는 기술 검토를 마쳤다.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알리바바 협력병원을 중심으로 공급을 타진한다.
셀바스AI는 4년 내 주요 암, 당뇨, 심뇌혈관 질환, 치매 등 10개 질병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셀비 체크업'을 일본에 뿌리 내리는데 집중한다. 일본 최대 통신사업자 KDDI 클라우드 API마켓에 등록을 마쳤다. 일본 전국 건강보험조합을 포함해 뷰티·헬스케어 업에서도 임직원 건강관리 서비스로 채택도 됐다.
국내 시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으로 연구과정에서 의료정보 활용에 장애물이 많다. 제품을 출시해도 수요처가 적다. 주 고객인 병원은 제품 구매, 유지보수 등 비용 대부분을 부담해야 해 도입할 여력이 부족하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강력한 의료정보 규제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이 어려운데다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도입할 여력이 안 돼 내수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면서 “중국, 일본 등 아시아시장을 우선 노린 뒤 미국, 유럽 등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요처인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개발 절벽에 부딪치면서 AI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 임상시험 설계, 결과 예측 등을 시도한다. 국내 제약사는 AI 도입에 소극적이다. 일부 기업은 시도를 하지만, 외산 제품을 우선시한다.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도 국산 솔루션을 저평가한다.
김진한 스탠다임 대표는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 제약사는 국산 AI 솔루션을 저평가해 사업 기회 모색은 물론 시장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면서 “의료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AI 인력 양성과 제약, 병원, IT 기업 간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 주요 국산AI 업체 아시아 시장 진출 현황>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