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신약이 내년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제약업체 에이뮨 테라퓨틱스(Aimmune Therapeutics)의 지원으로 미국 연구팀과 영국 에블리나 어린이 병원이 신약 관련 연구를 공동 진행했다. 연구는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어린이 임상시험 대상자들에게 미량의 땅콩 단백질이 함유된 신약 'AR101' 성분을 6개월간 서서히 늘려서 투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임상시험에 참여한 아이의 3분의 2가량은 이후 땅콩 2알을 먹고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어린이 550명을 대상으로 3단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는데 초기에는 땅콩 단백질 극소량을 섭취하도록 하고 최소 20주간 섭취량을 2주마다 조금씩 늘려갔다.
여기에 매일 가정에서도 땅콩 단백질 성분을 최장 12개월까지 계속 투약했다. 대다수 임상시험 참가자는 초기에는 땅콩 단백질 10㎎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끝날 때쯤 대상자들이 탈 없이 섭취한 땅콩 단백질의 중앙값이 1000㎎ 정도로 늘어났다.
미국산 땅콩 한 알에는 평균 300㎎ 정도의 땅콩 단백질이 함유돼 아이들이 땅콩 3알 남짓을 먹고도 탈을 일으키지 않은 셈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시중에 판매되는 땅콩 가루 등으로 아이에게 자의적으로 땅콩 단백질을 섭취시키는 데 큰 위험이 따른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정에서 아이에게 탈이 나지 않을 정도로 미량의 땅콩 가루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섭취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의 공저자인 미 시애틀 워싱턴대학(UW)의 스티븐 틸리스 교수도 이 신약에 대해 “의약품급 치료제로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땅콩 가루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아이의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하려는 부모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아이의 땅콩 단백질 섭취량을 극소량씩 서서히 늘려가는 초기 6개월간은 전문의에 의한 정식 치료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150만명 이상이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영국은 50명에 한 명꼴인 10만명 이상이 땅콩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 결과는 의학계 권위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실렸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