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5>규제개혁, 숨은 규제와 관행 함께 고민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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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예정으로 있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회의 직전에 연기됐다. 그 배경에는 안건 내용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낙연 총리 판단이 있은 듯하다. 사실 이날 회의는 지난 1월 22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이후 후속 성과 점검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이날 몇몇 미디어는 규제 개혁에 관해 정부 부처가 태도를 더욱 적극 취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소득 주도'와 함께 주력하고 있는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신산업 창출이 근간이고, 그러려면 규제 개혁이 필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챙기고 있지만 속도는 기대를 못 따르고 있는 듯해 보인다. 비록 결은 다르지만 역대 정부가 모두 강조한 것이 이것이지만 정작 성과는 미미했다고 평가될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혁신 성장을 위해 규제 혁파를 꼭 실천해야 하는 정부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다 보니 주도권을 아예 민간으로 이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까지 있다. 그러나 상징성 측면에서는 모를까 현실성은 그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총리와 함께 민간위원장이 있고, 위원 23명 가운데 장관급 당연직 위원 7명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이들 민간위원이 비록 해당 분야 전문가라 해도 실무에서는 규제 개혁을 다루는 데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규제 개혁 노력 성과가 이토록 부진한 저간에는 규제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정작 드러나지 않았기에 더 고착되고, 잠재된 관행이 자리 잡게 됐다는 지적이 있다. 모든 기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요즘 공공 부문에 회자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가능하면 공문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민간에서 무언가를 하려면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감사를 받아서 문제가 됐을 때 이것이 귀책 근거가 될 수 있으니 가능하면 피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실상 감사가 한 번 훑고 지나간 후에는 보이지 않는 규정이 수없이 생긴다고도 한다.

결국 한편에선 정부가 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들 숨은 규제가 더 늘어나고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규제 무게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몇 가지 제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첫째 규제를 맡고 있는 정부 부처와 행정 담당자가 적극 임하도록 독려하는 부분이다. 일종의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규제 혁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부처가 자의로 지연시키거나 소극화한 행태를 보이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안된다.

둘째 정책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 현장에선 명시된 규제도 문제지만 어디까지 가능한지 범위와 범주가 명확치 않아 발목을 잡는 문제가 그 이상 흔하다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자칫 미래의 규제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어떻게 없앨지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

셋째 책임지는 행정이다. 안일하게 자의에 따르는 유권해석이 만드는 기회비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이런 사회 비용에 대한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구상권까지 운운한다면 지나치겠지만 그 책임이 최소한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해 둘 필요는 있다.

한편 규제 혁파를 외치면서 숨은 규제가 만들어지고, 앞으로도 그같이 한다면 해법은 영원히 없다. 정부가 바뀌어도 쳇바퀴 도는 것처럼 규제 개혁이 왜 진정되지 않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다. 22일 이 총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신기술 사업화 촉진과 관련된 규제 혁파를 주제로 현장 대화를 가졌다. 총리의 관심과 노력이 실제 효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