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흥행, PC온라인 게임 잠재력 확인했다

로스트아크가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모바일 게임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PC 게임 수요가 여전히 있음을 확인했다. 출시 및 공개 대기 중인 PC게임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출시 2주일을 맞이한 로스트아크 가맹 PC방 숫자가 9500개를 넘어섰다. 스마일게이트가 PC방 사업을 벌인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PC방 순위분석 사이트 게임트릭스 기준 점유율은 16%로 전체 3위다. 영원한 강자 '리그 오브 레전드'(30%)와는 격차가 있지만 '배틀그라운드'와 격차는 2% 차이로 좁혀졌다.

동시접속자 수는 35만명을 돌파했다. 연일 1만명 이상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주 이용자인 직장인이 퇴근 후 접속하면 2~3시간은 기다려야할 정도다. 스마일게이트가 신규서버를 오픈하고 기존서버를 확충했음에도 여전히 대기열이 발생하고 있다. 신규서버를 증설하고 대기열을 해소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1000억원을 들인 로스트아크는 출시 전 염려를 일소했다. '핵앤슬래시' 방식으로 게임 초반부터 선 굵은 전투를 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워 이용자 몰이를 하고 있다. MMORPG 본연 커뮤니티, 생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래픽 연출과 게임 이용자 간 협업 콘텐츠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사양산업이라고 평가받던 PC MMORPG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음을 증명했다.

게임사 관계자는 “'PC MMORPG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던 분위기가 급반전했다”면서 “내부적으로 '답은 역시 PC인가?'라는 물음에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트아크 다섯번째 서버, 크라테르 대기열 현황 (자료=loaq.kr)
로스트아크 다섯번째 서버, 크라테르 대기열 현황 (자료=loaq.kr)

그동안 한국 PC MMORPG는 연이은 실패에 시장자체가 암울하다는 위기론에 시달렸다. 오랜 개발기간과 높은 개발비용은 모바일 게임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위험부담이 컸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흥행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잘 만든 PC 대작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음이 확인됐다.

뒤따라 나올 엔씨소프트 '프로젝트TL', 블루홀 '에어' 같은 PC MMORPG뿐만 아니라 펄어비스 '프로젝트K',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후속작, 데브캣 '드래곤하운드' 등 PC게임이 개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프로젝트TL은 MMORPG 전문 엔씨소프트가 차세대 온라인 게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다. 12월 테스트를 목전에 두고 있다. 블루홀 에어는 연내 1차 비공개테스트를 북미·유럽에서 진행한다.

국내 게임 시장 다양성을 책임지는 지스타에서 공개한 드래곤하운드에 이어 던전 앤 파이터 후속작을 연내 또는 내년 초에 공개할 예정이다. 펄어비스 프로젝트K 역시 연내 공개한다.

PC 온라인 게임 분위기가 좋아지자 게임 투자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 집중됐다가 높은 위험도에 게임 산업에서 철수한 금액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투자사 관계자는 “수명이 길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PC 게임 관심이 늘었다”면서 “온라인 게임은 IP 확보도 겸할 수 있어 PC 게임 개발 투자처를 찾는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