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혁신 및 특성에 맞는 발전을 통해 자립형 지방화를 촉진함으로써 개성 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004년 1월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내용이다.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53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1이 마무리됐다.
이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가 진행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116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116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관의 성격, 기능, 특징을 감안해 분류작업을 벌이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이전 가능 기관 분류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사실상 제2차 혁신도시 조성과 맞먹는 규모다.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으로 유치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 이전 대상이 될 공공기관은 대부분 1차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연계된 곳이 많다. 업무 효율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이전 지역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여기에 각 기관이 어디로 이전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지, 또 각 지역 주력산업과 특화산업과 연계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토대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최적지를 예측하는 지도를 그려봤다.
대전시와 세종시 및 충청남·북도는 행정도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이전이 유력하다. 우선 대전시에는 정부대전청사와 대덕과학특구가 자리잡고 있다. 철도청을 민영화한 코레일도 대전에 있다. 이들 기관과 연계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지식재산보호원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전이 유력해 보인다.
40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출연연이 모여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형성하고 있는 세종시에는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에 추가로 이전한다. 행정연구원, 사회보장정보원 등 공공기관은 대전시와 세종시를 잇는 행정중심지 인근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대전청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조달청, 산림청 등의 산하공공기관 10곳과 내년에 세종시로 이전하는 과학기술정보통부 산하 기관은 각각 대전과 세종 이전이 점쳐진다.
물, 자동차, 로봇, 의료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구시에는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상하수도협회,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이전이 유력시 되고 있다. 대구신서혁신도시에는 이미 산업진흥, 교육과 학술진흥, 가스산업 관련 기관이 입주해 있다.
경상북도는 철강, 전자, 자동차 산업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임업, 항공, 농업, 바이오, 식품분야 관련 기관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지역에는 포항 방사광가속기와 포스텍을 비롯해 포항산업과학기술원 등 소재와 바이오 관련 대형 연구시설과 기관이 자리잡고 있어 이들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기관이 대거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천과 구미 사이에 있는 경북김천혁신도시에는 현재 한국전력기술,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한국건설관리공사 등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식품안전정보원 등이 이전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는 기관이다.
부산시, 울산시, 경상남도를 포함한 부울경 지역은 해양수산, 영화진흥, 금융, 에너지, 국방산업 분야에 특화된 지역이다.
특히 부산은 해양수산와 금융 산업에 강점이 있어 금융관련 기관 이전에 유리하다. 한국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KDB산업은행, 해양환경공단, 한국해양조사협회 등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인프라를 활용할 한국영상자료원 이전도 점쳐진다.
울산은 자동차와 석유화학이 주력산업인 도시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이 자리잡고 있다. 혁신도시에는 한국동서발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석유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에너지와 노동복지, 산업안전분야 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들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이 이전하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경상남도는 진주혁신도시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남동발전, 국방기술품질원 등 주택건설, 에너지, 국방관련 기관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 주력산업인 기계자동차, 항공, 조선, 나노소재를 접목할 수 있는 기관 이전이 유력하다.
사천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가 있어 한국국방연구원, 방위산업진흥원, 항공안전기술원 등 관련 기관이 이전하면 국방산업 분야 연계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북도는 자동차와 전력산업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문화예술, 농식품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인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한전KDN, 한국전력거래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이전해 있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어촌어항공단 등 에너지와 문화예술, 농식품 분야 기관 이전이 유력하다.
전북혁신도시에는 600조원 규모 연금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자리잡고 있어 공단과 연계할 수 있는 금융관련 기관 이전이 점쳐진다. 국민연금공단은 특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2월 전주로 이전했고, 조만간 제2사옥도 건립할 예정이다.
전북은 금융뿐만 아니라 스마트 농생명 밸리 조성 등 농생명분야도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관 이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KDB산업은행, 농협중앙회, 농업정책금융보험원, 중소기업은행 등이 해당한다. 다만 금융 분야는 부산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이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각 지자체마다 보다 많은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첨단 과학기술, 금융, 해양수산 분야 공공기관을 원하는 지역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전 대상 기관 성격, 기능, 특징을 감안해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에 맞게 이전 후 중·장기로 해당 지역주력산업과 특화산업 및 기존 인프라와 연계해 최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이전 대상 116개 공공기관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