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받아 온 '광주형 일자리' 정책이 답보상태에 놓였다.
지난 15일 1차 시한을 넘긴 데 이어 다음 달 2일까지로 마지노선을 연장했지만 주요 쟁점에선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마지막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상황은 어둡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꿈꾼 '광주형 일자리' 접근법은 좋았다. 지방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 유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싶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반값 임금'을 택한다. 지방정부가 기업에는 세제 혜택, 급여가 작은 노동자에게는 주택·의료·여가 등 복지를 각각 추가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진행 과정은 생각처럼 풀리진 않았다. 이해 당사자가 너무 많다. 지자체(광주)가 있고 공장을 세워야 할 기업(현대차)이 있다. 현대차 의사결정에는 강력한 노조 힘도 작용한다. 여러 사회단체와 정치인까지 각자 목소리로 훈수를 뒀다.
어렵게 단일 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에선 조금 어긋났다. 광주시 투자협상단이 협상장에 들고 온 안을 두고는 현대차가 난색을 표한 이유다.
주 44시간 근무에 임금 3500만원이던 계획은 주 40시간 근무에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 아래 추후 결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추가 4시간은 특근수당(기본금 1.5배)을 적용하기로 했다. 첫 구상이던 '반값 임금'에선 조금 멀어졌다.
애초 '5년 동안 임금 및 단체협약 유예 조항'도 빠졌다. 현대차 입장에선 자칫 매년 임금 협상이 이뤄지며, 광주형 일자리가 다른 공장 수준의 임금 체계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협상안이 바뀔 가능성은 옅다. 광주시 투자협상단이 한국노총을 설득해 위임받아 온 기본안을 다시 뒤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대차의 결단을 촉구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선 수용, 후 보완' 카드도 나왔지만 현대차를 설득하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현대차가 최근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큰 변수다. 사업 확장기라면 투자도 늘리고 사회 책임도 많이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현대차 경영 실적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부진한 편이다. 생산이 늘지 않는 가운데 공장을 더 세우는 게 쉽지 않다. 라인을 더 까는 것보다는 수소차·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일 때다.
더욱이 노조 문제로 가장 많은 곤욕을 치러 온 현대차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앞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다른 노사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부담도 남는다.
그렇다고 현대차를 압박하기 위해 정치권이나 중앙 정부가 개입한다면 최악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현대차는 기업이고, 기업은 이윤 추구가 핵심 가치다.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매력을 끈다면 이를 택하면 된다. 일부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사회에 공헌한다는 취지라면 현대차가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 다만 협상 결렬 책임이 무섭고, 정부와 정치권에 떠밀려 투자와 사업 참여를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분명 우리 산업계에 새로운 시도다. 장점도 분명하고, 노사 간 상생 모델이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쪽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애초 원한 좋은 결과를 내긴 어렵다.
최종 결정은 오롯이 현대차가 하게 해 줘야 한다. 실제 비용을 넣고 경영하고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나 노조가 아니라 현대차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