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명단에 한국 기업은 단 1개사도 없다. 미국이 72개사로 단연 1위였다. 그 뒤를 이어 영국 4개사, 스웨덴과 프랑스가 각 3개사였다. 2014년 이후 설립된 기업이 기준이다. 한국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여전히 걸음마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단지 한국은 디지털헬스케어 기반이 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강국 지위를 유지해 온 터여서 우리가 좀 더 적극 노력했다면 선도자 위치에 올랐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현 규제가 유지된다면 국내에서 디지털헬스케어가 싹틀 가능성은 제로라는 점이다. 성공 모델을 경험한 외국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도 한국 진출에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세계 100대 디지털헬스케어 업체 가운데 사업 모델이 한국에서 서비스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기업은 31개사나 된다. 사업이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업체가 32개사다. 사실상 대부분이 한국에서는 온전하게 사업을 할 수 없는 셈이다.
결국 국내 기업이건 해외 기업이건 한국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할 수 없으니 이대로라면 ICT 인프라라는 국내 강점에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규제 대상으로 원격 의료를 꼽는다. 해외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대부분 원격 의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중국과 미국에서는 원격 의료 서비스가 초기 도입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첨단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는 달리는데 우리는 규제 족쇄에 묶여 한 걸음도 더 못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체계화한 진흥·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논란만 거듭해 왔다.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자는 것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따라 갈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