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남중국해에 과학연구와 군사방어 임무를 수행할 해저 무인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섬 아틀란티스에서 영감을 받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심해 기지 건설을 꿈꿔왔다”며 “중국 과학자는 이것이 세계 최초의 'AI 식민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신 '하데스'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성 싼야의 심해연구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사회과학원에 의해 이달 시작됐다. 시진핑 주석은 당시 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게 “과거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라”며 “심해에는 어떤 길도 없다.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뒤쫓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수심 6000∼1만1000m의 초심해에 해저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남중국해에서 수심이 5000m를 넘는 곳은 마닐라 해구가 유일한 만큼 이곳이 유력한 후보 해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닐하 해구의 최저 수심은 5400m다.
해저 무인기지는 로봇 잠수정이 출동해 해양생물 탐사, 광물자원 채취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무인기지 내 자체 연구실에서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지상으로 보고한다.
해저 기지는 선박이나 해상 플랫폼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전력과 통신 등을 공급받지만, 강력한 AI 두뇌와 센서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중국은 십여 명의 연구원들이 수심 3000m에서 한 번에 최장 한 달 동안 지낼 수 있는 유인 해저 기지도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 군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부유식 원전 20기를 남중국해 등에 건설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지정학과 기술 측면에서 무인 해저 기지 건설에 난관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대규모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해저 기지가 세워질 것으로 추정되는 마닐라 해구의 경우 중국과 필리핀 간 쟁 해역인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와 가까운 곳이다.
중국 측은 무인 해저 기지의 자료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주변국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11억 위안(약 18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는 해저 무인기지 건설 비용도 관건이다. 이는 중국이 구이저우성에 세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FAST' 건설 비용의 1.5배에 달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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