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3월부터 시작된 협력기금은 매년 1000억원씩 10년 동안 1조원을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2017년 모금액이 309억원에 그치고 올해 실적도 부진하자 기업의 출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기업 팔목 비틀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금은 2015년 여·야·정이 농·어업인에게 장학 사업, 복지시설 건립, 농수산물 생산·유통 사업 지원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조세특례제한법 등 3개 법률에 근거를 뒀다.
FTA 체결로 피해를 본 농·어업인에게 산업 간 이해 불균형을 해소하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취지였다. 단순 기부가 아닌 상생기금으로 농어업·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업 비즈니스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공유 가치 창출에 중점을 두고 추진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 투자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농어촌 현안에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한 민간 부문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고,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들이 기금 출연에 미온 태도를 보이면서 오늘의 상황을 맞이했다.
1970년만 해도 전체 가구 가운데 44.5%가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2017년 현재 농업 인구는 242만명으로 4.8%이며, 국내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더욱이 1인당 농가소득은 1652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 대비 60% 수준에 그친다.
이에 반해 농업 선진국에서는 농업이 첨단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AG펀드는 지난해 기준 자금 10조원의 농어업 분야 투자가로 성장했다.
이들은 농업 분야의 바이오 기술, 스마트 팜, 농기계 로봇 등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3D 식품 프린터 및 온라인 레스토랑 설립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최근 첨단 농어업이라는 세계 흐름은 농수산물의 고부가 가치화도 중요하지만 기간산업인 농수산업에서 파생되는 틈새산업이야 말로 발전 가능성이 짙은 미개척 분야라는 점에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협력재단에서는 농어촌 정주 여건 개선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 농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농어촌 복지 증진을 위한 의료 서비스 확충, 문화생활 증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무역공유제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농업의 현대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데 집중됐으면 한다.
협력기금은 자발 조성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 참여를 적극 끌어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기업들도 농어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농어업이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닌 첨단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고, 블루오션이 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농·어업인도 기업인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노섭 대·중소·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pns@win-wi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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