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협의체가 내년에도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협력해 전자설계자동화(EDA) 툴을 공동 구매해 사용한다. 값비싼 EDA 툴 구매 부담을 줄여 창업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EDA 툴 기업도 지원을 통해 정품사용 권장, 고객 육성, 생태계 조성 등에 일조할 계획이어서 내년 재계약도 무난할 전망된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10여개사가 모인 협의체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EDA 툴 라이선스 재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두 단체는 올해 초 EDA 툴 기업 두 곳과 연간 계약 방식으로 라이선스를 공동구매했다. 기업이 5000만원씩 각출한 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에 서버를 두고 돌아가며 사용했다. 기업은 인터넷에 접속해 각사에서 EDA 툴을 사용해왔다.
EDA 툴은 카피 하나당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 소프트웨어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등 시스템반도체 개발 기업엔 필수 도구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제품을 설계한 뒤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에 적용할 때 칩 디자인을 지원한다. 팹리스가 설계한 칩 코드를 받아 디자인통합, 설계 검증, 설계완료파일(GDS) 생성, 마스크 제작, 테스트 작업을 지원한다. 설계부터 모든 과정을 지원하기도 한다.
영세한 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팹리스 기업엔 구매 비용이 큰 부담이다. 정부는 1997년부터 시스템반도체 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EDA 툴 운용 자금을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2000년대 초반 연간 12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 약 30억원으로 줄어든 뒤 현재 이마저 끊긴 상황이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기업 관계자는 “EDA 툴 가격은 팹리스·디자인하우스 초기 창업과 중견기업으로 성장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정부 지원이 끊긴 뒤 대안을 모색하다 협회, EDA 툴 기업과 협력 모델을 만들어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EDA 툴 기업은 국내 기업을 지원해 정품 사용을 권장할 수 있고, 영세업체가 큰 고객으로 성장하도록 육성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 성장 단계에 따라 점차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구매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사도 늘어난다. 다른 경쟁 기업보다 자사 제품 이용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초 EDA 툴을 공동 구매한 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와 EDA 툴 기업 모두 만족하고 있어 재계약이 확실시된다”며 “협회도 회원사와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측면에서 지원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