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이어 토스, 제로페이 시범사업 빠진다...간편결제기업 팔다리 묶은 정부

오는 12월 17일 오픈 예정인 정부 제로페이 시범사업에 대형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불참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제로페이 사업 불참을 통보했다. 27일 서울시청 외벽에 서울페이 가맹점 모집 안내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동근기
오는 12월 17일 오픈 예정인 정부 제로페이 시범사업에 대형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불참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1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가 중소벤처기업부에 제로페이 사업 불참을 통보했다. 27일 서울시청 외벽에 서울페이 가맹점 모집 안내 대형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동근기

카카오페이에 이어 약 1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가 정부 제로페이 시범사업에서 빠진다. 다음달 17일 오픈 예정인 제로페이 시범사업에 비바리퍼블리카가 사업 참여를 일단 보류했다.

표면적으론 연동 작업에 필요한 물리적 개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지만,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간편결제 사업자 최대 현안인 충전(펌뱅킹) 수수료 인하를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은행 중심 직불결제만을 사실상 허용, 전자금융업자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충전된 머니를 제로페이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 간편결제 기업이 혼란에 빠졌다. 이들 사업자는 사실상 제로페이 사업을 하지 말라는 통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직선불' 논란이다.

카카오페이 이어 토스, 제로페이 시범사업 빠진다...간편결제기업 팔다리 묶은 정부

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본 사업 참여를 타진했던 국내 유수 간편결제 기업도 이 같은 불평등한 사업구조로 제로페이 사업 참여 재검토에 최근 돌입했다.

27일 정보통신·금융권에 따르면 약 1000만명 사용자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가 중기부에 제로페이 시범사업 불참을 통보했다.

앞서 중기부는 제로페이 시범사업 참여사로 18개 은행과 10개 간편결제 사업자 명단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젊은 층 90% 이상이 사용하는 송금 플랫폼 토스가 참여해 제로페이 범용성 확대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중기부는 선불사업자가 보유한 충전 머니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 계좌에 예치된 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그럴 경우 참여한 선불사업자는 기관 코드를 분리해서 '제로페이용 충전 잔고'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 선불 머니도 사용할 수 없고 보유한 잔고(일명 돈통)도 제로페이와 연동되지 않는다.

모든 연동 개발도 다시 해야 한다.

간편결제 업계는 중기부 계획대로라면 제로페이 사용에 따른 적립 혜택을 소비자에게 주기 어렵고 선불 충전된 머니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사업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 이어 토스, 제로페이 시범사업 빠진다...간편결제기업 팔다리 묶은 정부

충전 수수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은행이 선불 충전 관련 펌뱅킹 수수료를 그대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간편결제 사업자는 건당 수백원에 달하는 충전 수수료를 은행에 고스란히 내야 한다. 사실상 막대한 역마진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시범사업 개시 일정은 못 박혀 있는 상태에서 충전 수수료 감면 수준, 방식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실제 개발과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제로페이 시범사업은 반쪽 사업이 될 공산이 커졌다.

네이버 등 대형 사업자도 부랴부랴 제로페이 연동 개발에 착수했지만 시범사업 기간에 맞춰 오픈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 강제로 사업에 참여하다보니 적극적이지 않다. 제로페이 사업을 주도한 시중 은행 중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은행공동 애플리케이션 '뱅크 페이' 외에 은행 자체 앱을 통한 시범사업 참여는 극소수다. 언뜻 보면 시범사업 참여사 수는 많지만 실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거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향후 책임 공방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 이어 토스, 제로페이 시범사업 빠진다...간편결제기업 팔다리 묶은 정부

업계는 이 같은 문제 원인을 지급결제 시장에 대한 전문성 부재, 수수료 조정 권한이 없는 중기부와 지자체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서라고 입을 모았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 조정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간편결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종합 대책을 수립, 이를 제로페이에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제로페이에서 논란이 된 펌뱅킹 수수료만 보더라도, 체크카드 결제 시 신용카드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0.1%대(정률)고, 간편결제 사업자는 선불결제 시 은행에 200~400원대 수수료(정액)를 지급하는 구조다. 이해관계자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결국 제로페이에 핵심 사업자가 대거 이탈하거나 형식적으로 참여해 시범 사업 자체가 실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범사업 참여사 관계자는 “대안은 금융위에서 수수료 체계를 조율해 펌뱅킹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라면서 “금융결제원 API를 활용해 제로페이 개발을 진행하고, 수수료를 원가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제로페이 주무부처 관계자는 “(토스가) 시범사업 참여 불참 통보는 맞다”면서 “펌뱅킹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해 조속히 해결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