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 다음번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면 불평등과 계층사다리, 경제적 불안정을 측정할 새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ECD는 27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복지를 나타내는 새 지표를 개발하려는 각국 학자들에게 이 같은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OECD는 보건, 숙련기술, 환경악화, 공공기관이나 법 제도에 대한 신뢰 등을 포함해 사람들에게 중요한 삶의 모든 측면을 볼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와 같은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느끼는 부분 가운데 현대 데이터로는 포착하지 못하는 부분을 완벽히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 저자들은 경기가 하강할 때 나타나는 악영향을 더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그런 현상의 사례로는 젊은이들이 일찍 자기 커리어를 가꿔갈 기회를 놓치는 것과 같은 인적자본 손실, 불황 때 기득권들만 건재한 사회자본 손실, 공식 실업 기준으로는 잡히지 않는 저조한 취업실태 등이 적시됐다.
OECD는 수입뿐만 아니라 소비와 부를 함께 살피고 연령대, 성별, 인종에 따른 격차를 기록해 불평등을 측정하는 잣대도 손을 보라고 촉구했다.
그 외에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 신뢰를 비롯한 사회규범,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지표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OECD는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주도로 OECD에서 활동하는 간판 이코노미스트들이 작성했다.
이번 권고는 경제지표가 실생활과 동떨어지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FT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생활을 더 잘 반영하는 통계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경제이론에 대한 불신이 촉발되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모색이 이뤄지면서 이번 권고가 나왔다는 것이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우리가 연구하기에 가장 유용한 진실보다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진실을 규명하는 게 절실하다"고 보고서 발간의 의의를 설명했다.
스티글리츠는 "국가의 경제, 사회 건전성을 따지는 잣대로 국내총생산(GDP)이 과도하게 강조돼왔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글로벌 경제위기를 앞두고 정책입안자들이 숨은 위험에 눈이 멀었고 위기 뒤에는 정책적으로 틀린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권고한 잣대가 2010년에 존재했다면 불황 때문에 치른 대가가 GDP 통계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게 입증되면서 각국 정부가 더 강력하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제가 성장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며 "GDP 숫자를 늘리지만 대다수 시민의 복지를 늘리지 못하는 성장은 진짜 성장이 아니고, 우리는 이런 차원 전체를 반영하지 못하는 숫자에 현혹돼 넋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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