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혐오 표현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정작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혐오·차별·비하 표현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27일 상정됐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법안은 혐오·차별·비하 표현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한다. 법률 의무를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지웠다. 문제 표현을 모니터링, 발견 즉시 삭제하도록 했다. 조치가 미흡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법 통과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일부 기독교 단체 반대가 거세다. 성 소수자 관련 혐오 표현 범위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국내기업 규제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문제도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계 사업자에 대해선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는 사이 혐오 표현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상 차별·비하 표현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시정요구 횟수가 7403건에 달한다. 올 1~10월에만 2186건이 발생했다. 여성·남성·특정 종교를 공격하거나 유아를 잔혹한 표현하는 사례가 다수를 차지했다.
법안은 혐오에 대한 정의를 규정했다. 개인·집단을 두고 위협 내지 모욕을 가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공격하는 표현이다. 차별·비하에 대해선 개인·집단을 반복적이거나 공공연하게 차별, 비하해 편견을 조장하는 행위로 명시했다.
역차별 완화책도 세웠다. 외국기업이어도 국내기업과 같은 의무를 지도록 한다. 국외에서 이뤄진 표현이 국내 이용자에게 영향을 줬다면 국내법을 적용받게 한 것이다. 본사가 해외에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는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법이 시행되면 텀블러, 유튜브를 포함한 외국계 부가통신사업자가 직접적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업체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