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는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물 펌프와 같이 열을 저온 측에서 고온 측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냉매 압축과 순환을 통해 열을 이동시키는 원리는 흔히 알고 있는 에어컨과 동일하지만 작동 방식이 정반대다. 에어컨은 더운 공기를 실외기를 통해 외부로 빼내고 실내에는 차가운 공기를 공급하지만 건조기 히트펌프는 반대로 열을 건조에 활용하고 저온 측에서 수분을 응축시켜 빼낸다.
따뜻한 냉매가 건조통 내부를 데워 옷감 속 수분을 수증기로 만들고 차가운 냉매가 이 수증기를 물로 만들어 외부로 배출한다. 차가운 얼음컵 주변에 물방울이 맺히는 원리와 비슷하다.
따라서 냉매를 순환시키는 컴프레서가 건조기 성능과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LG전자는 차별화된 핵심부품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히트펌프를 △상황에 따라 냉매를 압축하는 컴프레서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 히트펌프' △기존 1개였던 컴프레서 압축기를 두 개로 늘려 건조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로 이어지는 기술 혁신을 이뤄내며 국내 건조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히터 방식 건조기의 아쉬운 점을 히트펌프 방식으로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건조기 열풍에 크게 기여한 히트펌프 기술은 절대온도(켈빈온도)로 유명한 영국 물리학자 켈빈(Lord Kelvin)에 의해 19세기인 1854년에 처음 제안됐다. 1824년 프랑스 물리학자 카르노(S. Carnot)가 고안한 열기관에 대한 이상적인 열역학적 순환과정인 '카르노 순환(Carnot cycle)'을 뒤집은 '역 카르노 순환' 원리를 이용해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가 히트펌프 개념이다.
이후 R-12라는 최초의 프레온계 냉매가 탄생한 1930년도부터 히트펌프 상용화가 시작됐다. 히트펌프는 일반적인 방식의 가열이나 냉각 기술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아 1930년대 공황을 맞아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한 미국 산업계에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이러한 히트펌프 기술은 에어컨, 제습기, 건조기, 칠러 등 다양한 가전에 활용되고 있다.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기, 저온 건조로 고유 향과 영양을 간직할 수 있는 식품건조기, 전장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난방에 이용하는 전기차 난방 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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