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는 예산 수립 전 단계에서 디자인 싱킹을 통해 청소년이 직접 예산을 발의하기 위해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과정을 추진했다. 기존과 달리 청소년 입장에서 그들이 직접 느끼는 수요를 발굴하고 실제 정책으로까지 이어 가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시민의 현장 행정을 향한 갈망과 담당 공무원 열정이 반영된 좋은 사례다.
실제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한 중·고등학생은 스스로 워크숍을 신청하고 참여했다. 교사는 교육 차원에서 학생 참여를 지지하고 제안했다. 지역 혁신가도 워크숍 내내 함께하며 우리 주변 문제를 학생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담아내고 함께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신도시로서 '화성시'에 대해 느껴 온 청소년의 시각과 관심을 다양하게 확인했다.
학교 점멸 신호등으로 인해 위험한 등교 길 환경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서부터 노인 및 임산부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 버스 배차 간격 및 넓은 건널목 구간에서의 신호등 체계 개선 등 생활 속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학생만이 느낄 수 있는 크고 작은 이슈가 도출됐다.
물론 물리력 한계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고, 좀 더 공감하고, 각각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러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고등학생 스스로가 어른이 보지 못하는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재정의하는 과정은 함께한 청소년에게도, 더 나은 그들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우리 어른에게도 값진 시간이었다. 실제로 함께 참여한 공무원에게도 그동안 어른으로서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오히려 더 깊게 청소년 관점에 공감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수시로 여러 부서 및 담당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등 열정을 보여 줬다.
이를 통해 이제는 공무원이 단순히 주어진 문제에 대한 '행정 프로세스 처리자'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사용자인 시민과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재구성해 가는 '문제 정의자'로서, 이러한 과정 전반을 설계하는 정책 '디자이너'로서 이를 지속해서 현장에 접목시켜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연구자' 역할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디자인 싱킹은 초기 기획부터 실제 사용자인 시민에게 적용되는 서비스 단계까지 그들의 환경과 관점을 고려하고 동일한 공감대 속에서 시민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단계로써 '사용자 중심 정책 연구개발(R&D)'이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정책을 단순히 관리하고 실행을 위한 실행의 도구가 아니라 '공익을 위한 활용 수단'으로써 더 나은 공익을 위해 미래 지향성 정책을 개발하고 더 나은 대안을 가져가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정책 과정에 있는 이해관계자가 디자인 싱킹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이 대부분이다. 단편에 그친 방법론으로 접근하거나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시각화된 결과물에만 집중, 공공기관 의사결정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툴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말처럼 물질도 정보도 수많은 것이 포화된 시대에 이제는 우리의 상상력과 결단력으로 움직일 때다. 결과가 무엇이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고, 이들 의견을 적용하는 과정에 대한 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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