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후방산업 줄도산 현실로...12개 밴사 수수료 단독 공개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강행으로 후방산업인 밴 업계 줄도산이 현실화됐다. 30년 동안 신용카드 중계를 해 오던 대형 밴사는 물론 중소형 밴사, 하위 밴 대리점, 신용카드 모집인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관 종사자만 3만명이 넘는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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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중 카드사는 정부 카드 수수료 인하로 발생한 적자 분을 메우기 위해 밴 수수료를 20% 안팎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밴사에 하도급 받아 가맹점을 관리하고 있는 밴 대리점도 이로 인한 대행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

전자신문이 국내 12개 밴사 수수료 현황을 단독 입수, 최초로 공개한다. <관련기사 00면>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카드 수수료에서 밴사는 중계(대행)비용으로 과거 15% 안팎을 받았다.

그러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수입 대비 밴 수수료는 최근 3년 새 10%대 이하로 떨어졌다.

전체 카드 수수료 가운데 밴 수수료는 2016년 9.3%, 2017년 8.7%로 하락했다. 1년 새 최소 1000억원대 수익이 떨어져 나갔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1분기 기준 밴 수수료는 8.2%까지 하락했고, 정부 카드사 인하 여파로 내년 첫 7%대 진입을 앞뒀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조원에 이른다.

아홉 차례에 걸친 수수료 인하에 밴 수수료가 함께 인하된 셈이다.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를 발생한 손실분을 밴사에 일정 부분 전가(밴 수수료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맞춰 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에도 카드사의 하부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밴 업계에 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밴사가 카드사로부터 받은 밴 수수료 총액은 2016년 1조1807억8600만원에서 2017년 1조1660억800만원으로 약 147억원 줄었다. 감소폭은 크지 않지만 국내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매년 수조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행 비용은 크게 늘었는데 수익은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가 이번 수수료 인하를 이유로 약 20%에 이르는 밴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카드사가 결제 건당 발생하는 업무대행 수수료 체계를 정액에서 정률제로 전환, 밴 업계 수익 구조가 더 취약해진 상황이다.

중소형 밴사는 사실상 사업 영위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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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정률제 시행과 이번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로 상당수 소형 밴사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하위 밴 대리점 역시 직격탄을 맞아 1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 밴사 산하에 가맹점을 직접 관리하는 영세 밴 대리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밴 대리점 영업정책(대행비 조정) 문서에 따르면 결제 금액당 수수료가 이미 절반 이하로 깎인 것으로 확인됐다.

1월 기준 5000원 이하 승인 금액은 신용카드 기준 0.010%에서 0.003%, 5000~1만원은 0.010%에서 0.005%, 1만~1만5000원은 0.013%에서 0.008%로 각각 조정했다. 100만원 이상 결제 대행비도 0.030%에서 0.015%로 낮아졌다.

밴 대리점 관계자는 “현재도 소액 결제는 영업을 할수록 마이너스(역마진)가 되는 구조”라면서 “카드사로부터 수수로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밴사가 대리점에 대행료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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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대비 밴(VAN)수수료 구성비(NH카드 제외 기준)

(자료-본지 취합·분석)

신용카드 후방산업 줄도산 현실로...12개 밴사 수수료 단독 공개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