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자회사 인터넷방송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정부 사행성 방지 협조 요청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업체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와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트위치는 11월 중순 사감위가 요청한 사감위-업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최근 문제가 된 '인터넷방송을 통한 골드방' 단속 협조를 처음 요청하는 자리였다.
사감위는 11월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판도라TV, 유튜브, 트위치 등에 회의 참석과 협조 요청을 했다. 대부분 요청에 응했지만 트위치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감위는 트위치 국내 법무대리를 맡은 '김앤장'을 통해 한 번, 미국 본사에 메일로 한 번 공식 협조 요청을 했다. 사감위 관계자는 “법무대리인을 통해 한국 사무소는 해당 정책에 결정권이 없다는 답변을 받고 본사에도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위치는 일명 '골드방' 방송이 가장 심한 인터넷방송 플랫폼이다. 골드방은 고스톱, 포커 등 웹보드게임에서 결제할 때마다 주는 보너스 '골드'를 활용, 전문 겜블러에게 베팅하는 작업을 말한다.
골드방에는 고의로 잃고 따기를 반복해서 골드를 수집하는 브로커가 있다. 일반 게이머들이 브로커로부터 골드를 현금으로 구매하면 브로커가 구매자가 지정한 전문 겜블러에게 골드를 밀어준다. 100만 골드당 20만원 꼴이다.
겜블러는 받은 골드로 웹보드게임을 한다. 겜블러가 골드를 따면 베팅한 사람은 통상 딴 골드의 80%를 다시 브로커를 통해 현금화해 받는다. 20%는 브로커와 겜블러가 나눠 가진다. 겜블러는 이 과정은 1인 방송으로 중계한다. 자신의 실력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다.
웹보드 재화를 현금화하는 핵심인 브로커는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 반면에 공개 활동을 하는 겜블러는 방송, 계정 중지 등 규제가 대체로 쉽다. 사감위가 인터넷플랫폼 사업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이유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기업은 자체 규정을 통해 골드방 방송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에서는 해당 방송을 찾기 어렵다. 방송이 이뤄진다고 해도 영구 이용 정지에 준하는 징계를 내린다.
반면에 트위치는 이런 방송을 크게 제재하지 않는다. 낮에는 물론 밤 10시가 넘으면 트위치 포커 카테고리의 거의 모든 방송이 '골드방' 방송으로 전환되는 수준이다.
사감위 관계자는 “사감위는 수사권이 없어 외국 기업 상대로는 협조 요청을 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경찰로 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치는 스트리머 220만명, 하루 시청자수 1500만명을 보유한 거대 글로벌 인터넷방송 플랫폼이다. 게임방송을 핵심으로 하여 성장했다. 국내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e스포츠대회, 지스타 등 국내 자원을 활용해 성장한 트위치가 사행성 방송을 방치하고 정부 요구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사회 책임 측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관련 입법에 나선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물의 정상 운영을 방해하는 항목에 환전 행위 광고 및 선전 행위 등을 추가하는 관련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웹보드게임을 제외한 게임에서 정상 획득한 아이템을 성인이 사적으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환전 또는 환전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기업형 행위는 금지한다. 그리고 이를 홍보, 선전하는 것은 별도 규정이 없어 법 사각지대에 있다.
이와 관련 트위치 법무대리를 맡은 김앤장 측은 “골드방 관련 정부 협조방침을 본사에 전달했지만 특별한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