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역의날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900억불 수출탑을 달성한 삼성전자다. 규모나 주목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수출탑 수상 기업을 압도한다.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규모다. 반도체 수출액이 세계 최초로 단일부품 기준(HS 4단위) 1000억달러 돌파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세계 반도체 시장 호황과 맞물려 선제 투자를 통한 초격차 전략이 빛을 발했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반도체 호황이 끝에 다다랐다는 전망과 함께 지나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반도체가 보여 주는 실적에만 젖어 있다가는 그나마 우리 경기를 뒷받침해 온 무역 실적마저 꺾일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반도체 뒤를 이어 혁신 성장을 이끌고 갈 새로운 주역을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
올해 5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김은미 유키플러스 대표는 26세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이자 외국인(중국인)이다. 타오바오, 티몰 등에서 2000여개 점포와 거래하고 있다. 중국 유통 단계 간소화와 데이터 분석으로 급성장, 최근 3년 동안 수출이 100배 이상 증가했다.
농업회사법인 영풍은 떡볶이, 부침개 등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상품화해 세계 4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디지털 키즈 콘텐츠 핑크퐁(상어가족)으로 이름을 알린 스마트스터디도 전 세계 49개국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매출 1위를 달성하며 500만불 수출탑을 달성했다.
규모는 작더라도 성장 잠재력과 유망성을 증명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첨병 역할을 한다.
무역 진흥 분야 국내 대표 경제단체 한국무역협회도 내년부터 스타트업 지원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내수 중소기업을 수출기업화하고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광범위한 해외 판로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기업·중견기업 네트워크 연계도 염두에 뒀다.
900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삼성전자도 중요하지만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할 900개 기업이 국가 경제를 더 튼튼하게 일궈 갈 수 있다.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수출 신장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멋진 성과 달성을 축하하면서 900개 기업의 등장도 함께 기원해 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