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블록체인 혁명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인터넷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블록체인에 주목하라!'

블록체인 분야 대표 베스트셀러 '블록체인 혁명'의 서두에 나오는 문구다. 블록체인이 정보기술(IT), 금융, 물류 등 전 산업에서 기존의 판을 흔들 수 있는 파괴적 혁신 기술임을 역설한다. 강력한 익명성·보안성·분산성이 특징인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세계에 정보 공유를 넘어 정보를 검증하고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는 신뢰를 부여, '제2의 인터넷 혁명'으로 불린다.

세계 최초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 공동 개발자 마크 앤드리슨 또한 “20년 후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인터넷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는 여전히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분화해 본다. 지난해 9월 암호화폐공개(ICO)를 유사수신 행위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외에는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발표도 없다.

올해 초 블록체인 업계가 '암호화폐 거래소 표준약관' 제정을 추진했지만 공정위는 기본 법률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6월에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을 통해 정부 주도 축산물 이력 관리, 부동산 거래, 해운 물류 등 6가지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공표했지만 정작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은 빠졌다.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소비자의 적극 참여를 끌어내는 원동력인 암호화폐는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정부의 명확한 규제와 제도, 즉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블록체인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 불안전한 비즈니스 모델로 ICO를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심지어 악의로 토큰 개발도 없이 프로젝트를 홍보하며 투자금을 모으는 사기 사건도 다수 발생했다.

투자 시장도 왜곡됐다. 프로젝트 사업 가치를 평가하기보다 토큰 가격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1990년대 인터넷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벤처와 이들의 비전을 사는 투자자들이 급부상한 '닷컴' 시대와는 분명 대조된다.

많은 국내 기업이 ICO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 블록체인 법인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ICO로 인한 국부 유출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를 각각 싱가포르와 일본에 설립했고, 국내 1위 및 2위 암호화폐거래소도 싱가포르로 근거지를 옮겼다. 국부가 유출되고 고용 창출 기회를 잃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지난 10월 정부가 ICO를 적극 육성하고 암호화폐 거래 규제를 풀면 2022년까지 최대 17만명, 최소 5만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블록체인 시장 규모도 2026년 최대 6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무분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등장, 단기 투자 차익을 노리는 묻지 마 투자, 해외 ICO 러시로 인한 국부 유출과 고용 창출 기회 소실, 블록체인과 기존 산업의 연계 등 시장은 현재 여러 상황이 혼재되어 있다.

물론 정부가 이러한 현실과 기회 요인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나친 규제가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신중하지 못한 지원책이 악용될 위험도 있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쳐 4차 산업혁명 물결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정보통신 강국이다. 그러나 그 명성은 이미 퇴색됐다. 그리고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정부의 지나친 규제였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산업 혁명이다. 기업들도 건강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구글, 페이스북 같은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비즈니스 모델을 빨리 만들어 내야 한다. 투자자 또한 토큰 가격 상승을 쫓기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비전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건강한 생태계 조성은 정부 비전과 민간 기업의 협력,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적절한 규제 및 지원 정책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산업 혁명 물결의 선봉에 설 수 있도록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이분법 입장에서 벗어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 가이드라인을 적극 제시하길 기대해 본다.

김재희 함샤우트 대표 jessica@hahmshou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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