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영향, 계량화 쉽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제시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영향, 계량화 쉽지 않아"

이 총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열린 송년 만찬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이 올해 16% 올랐고 내년 10.9% 인상이 예상돼있다”며 “이처럼 두 해 연속 두 자릿 수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들 (그 영향에 대한) 계량화된 분석 결과를 요구하는데, 올해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알려면 올해 모든 고용 통계 데이터가 나와야 가능하다”며 “특히 최근 고용부진에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업황 부진, 일부 산업 구조조정 같은 것이 섞여 최저임금만을 발라내서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10월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때 나온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당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은이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제 등 현안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내 경제 관련 최고 싱크탱크인 중앙은행이 조사연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 듯 최근 한은은 '최저임금 인상 역설'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논의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조사 대상 기간이 2011년부터 2016년에 그친 데다 이렇다 할 해결방법을 피력하지 못해 아쉬움을 낳았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완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만 입장을 표명했다.

올해 11월을 제외한 나머지 7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모두 '동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는 후일담도 펼쳤다. 그는 “어떤 분이 '동결'도 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냐는 말을 하기에 그것도 하나의 결정이라고 답을 했다”며 “동결도 금리인상·인하와 똑같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서 이끌어낸 결정인 만큼 아무 것도 아닌 걸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금통위가 언제였냐는 질문에는 “(올해)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안정 두 가지 책무가 상충되는 방향으로 움직임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을 정하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실제로모든 금통위가 다 어려웠고 매년 하나하나 같은 노력과 고민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둘 다 살펴보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럼에도 가계부채에 '경계심'을 언급하며 금융안정 부분에 다소 무게를 뒀다. 이 총재는 “내년 물가상승률은 한은 목표치(2%) 수준에는 달성 못하지만 1% 중후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반면 금융안정 족을 보면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워낙 높은 수준에서의 증가율 하락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아직도 소득증가를 웃도는 증가세는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흡수력, 복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영향, 계량화 쉽지 않아"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