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강화되는 회계 기준, 바이오·제약 업계 긴장…'사다리 걷어차기'

[이슈분석] 강화되는 회계 기준, 바이오·제약 업계 긴장…'사다리 걷어차기'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오스코텍, 바이로메드, 일양약품 등 바이오 기업이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정정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4월부터 바이오·제약사 연구·개발(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테마감리에 착수했다. 기업은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대거 정정했다.

메디포스트는 연구개발비와 관련한 실적 공시를 정정했다. 메디포스트는 2017년 무형자산으로 선정한 492억원을 81억원으로 정정했다. 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 그 전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경상연구개발비로 보았다.

차바이오텍은 2년간 무형자산으로 산정했던 연구개발비를 판매비와 관리비로 처리해 정정 공시했다. 지난해 54억원으로 산정한 무형자산은 5억원, 2016년 144억원의 무형자산은 9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 외에 이수그룹 계열 이수앱지스, 바이오니아와 일양약품, 파미셀, 오스코텍 등도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 자산이 줄었다.

금감원 공시 강화는 바이오업계 옥석 가리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자가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고, 가치가 있는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정부가 바이오벤처기업이 신약개발 선두 기업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제약사는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높이며 신약개발 저변을 넓혔지만, 영업이익은 최대 60~80% 수준까지 감소했다. R&D 비용의 자산화 단계는 신약의 경우 임상 3상을 승인받았을 때야 가능하다. 임상 3상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상장 직전의 바이오 업체 중 이 단계에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영세한 바이오 벤처나 소규모 회사가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 감독지침에 따라 모든 R&D 투자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경우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상 3상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데 여기까지 진입하는 기업은 극히 소수”라면서 “상장을 시도하려는 바이오 업체는 R&D 투자금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회계 건전성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신약 개발 진입 회사들은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강화된 회계 기준에 맞춰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새해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지침으로 연구개발(R&D) 투자가 위축되지 않으려면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상장 유지 부담을 일정기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