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사업 초기 기획한 내용을 중간에 수정해야 할 때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사업모델이라는 것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산업 생태계 속에서 기획되다보니, 산업 생태계 자체가 변화할 때는 당초 기획한 사업모델 자체를 수정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활하게 사업모델을 수정 보완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내부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기존에 사업모델과 달리 새로운 사업모델을 원활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 내부 구성원에게 신규 사업모델은 당초 입사할 때 기대했던 업무 내용이 아닌 경우가 많다. 자신의 전공 내지 전문분야와 무관하거나, 이전 직무 경험을 활용하기도 어려운 사업모델로 변경될 수 있다. 또 회사 구성원 개개인이 향후 생각하는 커리어패스 경로에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으로 사업모델이 수정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새로운 사업모델의 방향성이 맞다 하더라도 회사 내부에서 적극적인 호응과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렵게 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신규 사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 또한 낮아지게 된다.
코닥의 사례는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확인시켜 주는 내용이라 할 것이다.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기존 필름시장을 버리지 못해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2012년 파산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코닥 경영진이 더 이상 필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내부에서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목하고 활용하기 어려웠다.
먼저 코닥의 기존 조직 대부분은 필름 판매에 따라 성과가 연동됐을 것이다. 사내 부서 대부분이 필름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과정을 지원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련됐을 것이다. 이러한 부서는 대체재 성격을 갖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될수록 자신의 인사고과, 연간 목표량 등을 달성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기존 조직은 디지털 카메라라는 신기술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회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자신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조직구성원이 디지털카메라 부서로 보직을 변경하기도 쉽지 않다. 필름을 만드는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화공 분야의 전문가지만, 디지털카메라를 만드는 전문가는 IT 관련 전문가를 요구한다. 따라서 본인의 지식과 노하우를 새로운 시장에서 원활히 활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 내부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시장과 사업 모델이 가능한 오래 지속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코닥과 같은 현상이 최근 각광받는 신산업인 핀테크, 전기자동차, 블록체인, 스마트공장,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도 보이지 않은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기존 대기업과 관련 중견기업이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신산업 분야는 좀처럼 생태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다시 해당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기업에도 고스란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신산업의 대두는 많은 창업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이 견실한 성과로 좀처럼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기존 기업의 내적 요인과 스타트업 기업의 내적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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