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 VR·AR 산업 성장 가로막는 규제, 채산성 없는 시장... 새해 정부차원 논의 기대

[2019 신년기획] VR·AR 산업 성장 가로막는 규제, 채산성 없는 시장... 새해 정부차원 논의 기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인류가 놀고 생활하고 교류하는 공간 자체를 '스마트 스페이스' 관점에서 확장하고 있다. VR·AR는 새로운 산업 및 시장 창출뿐 아니라 기존 컴퓨팅 산업 분야에 성장동력을 제공하며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산업혁신 도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나 기업 대비 수준은 높으나 정부 대비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규제 부문 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완화, 기술발전, 투자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설문조사에는 기업, 학계, 개발, 사업 전문가 20인이 참여했다.

[2019 신년기획] VR·AR 산업 성장 가로막는 규제, 채산성 없는 시장... 새해 정부차원 논의 기대

◇기술은 자신, 규제 완화는 미흡

전문가는 정부대응 수준(정책)에 4점을 줬다. 5점 미만을 준 사람이 70%를 차지했다. 정부 정책에 실망한 점수다.

시장친화도(규제) 항목을 보면 이 같은 평가 이유를 알 수 있다. 평가 점수는 3.3점이다. 설문 5개 항목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7~10점 없이 3점 이하 점수가 50%를 차지했다. 30%가 1점과 2점을 줬을 정도로 박한 평가가 나왔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고 4차 산업혁명 주요동력으로 VR과 AR를 점찍었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력은 6.2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VR어트랙션을 활용한 카페, VR방, 테마파크가 자리를 잡은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VR 어트랙션 문화는 해외에 소개돼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그럼에도 더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어트랙션 분야에만 집중돼 있다는 한계점과 우려가 반영됐다.

전문인력(인력풀, 교육수준 등)은 5점, 기업준비도는 4.9점을 받아 중간은 가고 있다는 평가다. 픽사, 디즈니 등 해외에서 컴퓨터그래픽스 경력을 쌓은 개발자들과 오큘러스, 바이브로 시작한 경력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산업에 유입되는 가운데 엔진 단에서 쉽게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개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력이 들어오고 있다는 인식이 설문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육성 의지는 확고, 올해부터 법·제도 논의를

전문가는 정부 규제가 VR·AR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직 법적 규제나 제약이 마련되지 않은 신사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예외 사항을 적용해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 또는 유예하는 장치다.

정철화 GPM 부사장은 “VR사업을 하려면 정부 관련 기관의 복잡한 심의절차를 통과해야 한다”며 “규제 상식화, 합리화,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년부터 VR 어트랙션 체험시설이 전국적으로 개소했다. VR 어트랙션은 아케이드 게임으로 분류된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가리지 않고 적용된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제공 형태에 따라 게임물, 비디오물, 기타 유기시설물 등 각각 개별법과 규제가 적용된다. 학교보건법 적용도 받는다.

사업을 시작할 때 거쳐야 하는 정부 부처만 해도 10여개다. 관련 법령도 수십개에 이른다. 1개 법 규정에 맞추다 보면 다른 법에서 충돌이 일어나 좌초되기 일쑤다. ICT특별법에 따르자니 법률 간 상충되면서 기존 법령을 우선시하는 조항 때문에 일 진행이 차질을 빚는다.

정 부사장은 “우리 정부가 VR산업을 육성하면서 VR영상물과 게임물 등 콘텐츠 등급 분류 기준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모바일 플랫폼 구글처럼 스팀이 VR산업을 차지하게 나누도록 대한민국이 도와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해부터 법·제도를 논의하고 육성·진흥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 엔터테인먼트만으로는 한계…기술발전과 함께해야

규제완화 논의가 이뤄지는 어트랙션에 비해 순수 콘텐츠 시장은 얼어붙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영화제에서 기술을 인정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VR게임은 시장이 없다시피 하다. 각종 지원을 통해 게임을 만들어도 개척할 판로가 없다.

심지어 한국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었지만 한국에서 등급분류 심의를 받는 비용조차 벌 수 없어 심의를 뒤로 미루는 경우도 발생한다.

시장성이 없어 위탁개발을 맡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단발로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내 개발사 노하우가 연속성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오범수 산배 대표는 “VR 게임은 사실상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개발한다”면서 “국내 시장은 규모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한 번 만들면 다시는 VR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척박한 시장”이라면서 “국내 개발사는 대부분 위탁개발이어서 단발로 끝내 기술을 축적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기대야 할 전망이다. HMD 경량화, 무선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없던 광학기술, 디스플레이, 영상처리, 3차원 공간인식 등이 필요해서 가능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성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현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VR·AR 분야에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면서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기 개선 및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R, 5G 상용화 대중화 계기로 삼아야

AR는 모바일 기반 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전파되지 못했다.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 번거로운 부분이 많아 확산되지 못했다.

게임사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포켓몬고' 성공 이후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 질 낮은 콘텐츠 때문에 흥미가 사라진 게 대중화를 오히려 후퇴시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5G 상용화에 맞춰 AR 기술이 실생활에서 이용될 것으로 관측했다. 카카오게임즈 등이 자전거를 기반으로 AR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니뮤직은 공연과 AR기술을 융합해 실감 체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또 5G가 상용화되면 박물관 큐레이션, 공연을 비롯해 직업훈련, 의료, 국방, 제조, 교육 등에서 폭넓은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9 신년기획] VR·AR 산업 성장 가로막는 규제, 채산성 없는 시장... 새해 정부차원 논의 기대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주요 국가, 정부주도로 VR·AR 산업 육성>

VR·AR산업 강국 미국과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중국, 신흥 강자로 떠오른 일본, 유럽도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VR·AR를 10대 미래 핵심 전략기술 중 하나로 지정해 투자하고 있다. 2014년에는 '브레인 이니시에이티브'와 같은 국가 주도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VR·AR R&D를 포함했다. 향후 10년간 400억달러 이상을 지원한다. 또 '미래 인터넷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현실 기반이 될 미래 네트워크 구축에도 투자한다.

백악관은 교육 분야를 위한 VR 교육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했다. 교육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교육기술 R&D를 위해 중소기업에 105만달러를 지원했다. 미국 교육부에서는 VR·AR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교육도구 개발 및 시뮬레이션 환경 구축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는 STE 프로그램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군사용 가상훈련 시스템에 110억달러를 투자한다. 훈련 및 시뮬레이션에 사용한다. 안전사고 예방과 국방비용 효율화, 전투력 향상 효과를 기대한다.

미국 기업도 상용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을 자사 소셜서비스에 적용하고자 선도적 벤처 기업인 오큘러스를 인수했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콘서트 방송을 송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 다양한 기업이 헬스케어, 수술 등 의료부문에 대한 가상현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VR분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VR 기업투자, 정부 자본 투입 확대, 시장규모 확대, 정부지원 강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장을 뒷받침한다.

중국 VR산업 성장은 정부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기존 산업과 가상현실을 융합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 문화 선전 목적도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중국 VR시장 규모를 556억위안으로 전망하고 '가상현실 산업발전 로드맵과 함께 '가상현실 산업발전 백서 5.0'을 발표했다.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인력 양성 등을 위한 가상현실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VR 연구개발 및 타 분야 융합 정책을 입안했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 산업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선도적인 정책과 관련 자원을 제공하는 계획을 지속 마련할 예정이다. VR와 관련된 기술기준 체계를 수립하고 기존 법·제도, 규제 등을 보완에 집중한다.

사회 공공데이터 안보를 위해 VR 기기 내 데이터 수집과 사용에 대한 규제도 마련했다. 기기가 수집하는 동영상, 이미지 데이터 사용범위를 결정해 개인정보 또는 국가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한다.

중국이 관심을 두는 주요 분야는 국방과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미국 수준 전투 훈련이 가능하도록 지원 계획을 세웠다. VR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소비 수요를 확충한다.

유럽은 범유럽 7차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미래 R&D 프로젝트를 통한 실감미디어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EU 주요국을 중심으로 ESPRIT, BRITE, PROMeTHEUS와 같은 대형 연구개발 사업에 가상현실과 관련된 연구를 포함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이 참여한 AMIRE 프로젝트는 혼합현실 개발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은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 주도 R&D 계획을 세우고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부터 산업전략 기금에서 VR·AR 분야 산업기술 발전을 위해 최대 3300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글로벌 ICT 강국으로 재부상하기 위해 차세대 가상·증강현실 미디어 산업에 대한 범부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가 200억엔 규모 펀드를 조성해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버추얼 리얼리티 테크노 재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